[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한국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뺏기면서 업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시장 점유율에서 큰 격차로 추월당하면서 추후 올레드(OLED) 분야에서도 위협이 될 것이란 비관적 관측도 나온다.
17일 옴디아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가별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에서 41.5%를 차지해 17년 만에 한국을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의 점유율은 33.2%에 그쳤다. 이 시장점유율은 LCD와 OLED를 모두 포함한 것으로, 중국이 연간 시장점유율에서 한국을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클러스터 전경 [제공=LG디스플레이] |
그간 한국은 지난 2004년 디스플레이 종주국인 일본을 제치고 사상 처음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로 올라선 뒤 줄곧 수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글로벌 LCD 시장에서는 중국이 일찍이 한국을 제친 뒤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국가별 LCD 시장에서 지난해 중국의 점유율은 50.9%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내부에선 중국이 사실상 LCD 시장은 장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위협적인 곳은 중국 최대 패널 업체인 BOE다. BOE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세계 최대 LCD 제조사가 됐다. 지난해 LCD 매출은 286억달러로 전체 LCD시장의 26.3%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중국의 공세에 밀려 LCD 시장에서 빠져나오고, 대신 OLED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철수를 추진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도 중국 등 일부 해외 공장에서만 LCD를 생산키로 했다.
문제는 한국이 디스플레이 종주국 일본을 제치고 입지를 구축한 OLED 분야까지 중국이 숨가쁘게 추격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중국은 LCD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차지하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으나, OLED 시장에서는 6년 만에 10%대를 돌파했다. OLED 시장은 LG디스플레이가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사실상 독점해오고 있었으나, 예상보다 빠른 중국의 추격이 업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전 세계 OLED시장 점유율은 82.3%다. 지난 2016년 98.1%까지 올라간 이후 내리막을 타고 있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1.1%에서 16.6%로 급성장 그래프를 그리는 중이다.
중국의 BOE 등은 모바일, 노트북, 태블릿 등 중소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OLED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OLED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LCD에 이어 OLED에서도 한국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BOE는 올해 OLED 패널 생산량도 70% 늘려, 지난해 6000만 대에서 올해 1억 대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반도체와 함께 수출 효자 품목인 디스플레이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3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입 동향자료에 따르면 반도체의 뒤를 이어 디스플레이가 24억5000달러로 2위 수출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정부는 공장 건설과 설비투자를 비롯해 생산과 판매 등 모든 과정에 걸쳐 지원하고 있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업체들이 과거 LCD 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빠르게 한국의 점유율을 뒤집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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