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집회가 열린 지난 13일. 집회 장소인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은 전국에서 모인 민주노총 조합원들로 가득했다. 이날 주최 측이 추산한 참가자 수는 6000명. 방역지침상 가능한 집회·시위 최대 허용인원(299명)보다 20배 많은 인원이다.
민주노총은 앞서 서울시가 방역을 이유로 도심 집회를 금지하자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최근 한 달 동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 집회 신고를 했는데 유독 13일자 집회만 불허됐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법원은 민주노총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집회 당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경복궁 고궁박물관 남쪽 1개 차로에서 299명 이내 참석하는 범위에서 집회를 진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계획대로 결의대회를 진행해 새 정부에 노동자들의 요구를 전달하겠다"고 법원의 판결을 거부했다.
강주희 사회부 기자 |
집회가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된 것은 다행이지만 민주노총의 태도는 냉철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은 법원이 허용한 집회 시간과 장소, 인원을 모두 무시하고 무리하게 대규모 도심 집회를 강행했다. 집회 장소를 기습적으로 바꾸고 다수의 인원이 몰리면서 주말을 맞이한 종묘공원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법원이 집회 허용 조건으로 내걸었던 방역지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법원은 참가자들이 2m 이상 거리를 유지하고 체온 측정과 손 소독제를 사용한 뒤 참석하라는 조건을 명시했지만, 민주노총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실제로 집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다닥다닥 붙어 앉았고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공원 곳곳에서 별다른 제재 없이 담배를 피웠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노총은 집회 전날 법원에 제출한 집행정지 신청서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해왔고, 13일 역시 마찬가지로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판결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모두의 우려에도 민주노총의 불법 집회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조합원 8000여 명이 모인 전국노동자대회가 강행됐고, 8월에는 광복절 집회, 10월에는 총파업, 11월에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올해 1월에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진행됐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1일 노동절 전후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헌법상 권리인 집회·시위의 자유는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방역지침을 위반한 집회는 엄연히 불법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법 위에 군림하는 노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두가 염원하는 일상회복으로 가는 길목에서 민주노총의 습관적 불법 집회는 국민적 비판에 다시 직면할 뿐이다.
민주노총의 집회를 소극적으로 대응한 정부의 책임 역시 크다. 정부는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집회 때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엄정 대응 입장을 밝혀왔지만, 그저 엄포에 그쳤다. 오죽하면 책임 회피, 솜방망이 대응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오늘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면서 집회·시위에 대한 제한이 사라졌다. 인원 제한이 풀리면서 일각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늘어나고 코로나 재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차기 정부는 방역과 집회의 자유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공평하고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불법행위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원칙부터 확립하는 길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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