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윤석열 정부에서 노조출신 장관이요?" "하마평이 없어서 전혀 예상못했네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 한국노총 출신인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을 새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깜짝 발표한데 대한 관가의 반응이다.
정성훈 경제부 차장 |
8개 부처 내각 인선안이 발표된 13일 오전까지만 해도 주요 언론들은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를 차기 고용부 장관 유력후보로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던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결국 공개되지 않았다.
그 사이 윤석열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후보자 명단에 빠져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결국 이날 8개부처 내각 인선안 발표 직후 안 위원장은 14일 공식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사실상 위원장직 사퇴수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때 이정식 전 사무총장이 깜짝 등장했다. 윤 당선인은 14일 오전 이 전 사무총장을 고용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고,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이날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다. 그리고 다음날 윤 당선인 측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완전히 하나가 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모든 일련의 상황이 불과 이틀만에 벌어진 일이다. 때문에 안 위원장을 달래기 위한 포석으로 이 후보자를 내정한 것 아니냐는 게 관가의 시각이다.
이 후보자와 안 위원장의 관계자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안 후보 캠프에 노동정책자문으로 합류한 바 있다. 이후 안 위원장이 주최하는 포럼이나 행사에 이 후보자가 자주 얼굴을 비쳤다. 안 위원장의 노동정책 '책사'로 불리기도 했다.
다만 이번 이 후보자의 장관 내정에 안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안 위원장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윤 당선인이 벌인 이벤트 성격이라는 시각이 크다.
이 후보자가 30여년간 노동계에 몸담은 노동분야 전문가로 노동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높다. 현재 노조에 대한 대국민 인식은 바닥을 맴돌고 있다. 안 위원장 역시 대선 후보 당시 "강성 귀족노조는 불평등 세상을 조장하고 일자리 창출을 막는 해악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이 후보는 조직 내에서 주로 기획업무를 담당한 전략가로 통한다. 때문에 노조하면 떠오르는 투쟁과는 좀 거리가 있다. 실제 한국노총은 '온건파'와 '강건파'로 분류되는데 이 후보는 온건파에 가깝다. 이 점이 태생적으로 노조와는 거리가 먼 윤 당선인이 노조출신 장관을 발탁한 배경일지도 모른다.
이 후보자 내정은 280만 노조원을 달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검찰 출신에 보수 색채가 강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나와 당선된 윤 당선인은 노조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할 수 있다. 때문에 자칫 정권 초기 노조의 반발로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봉쇄에 따른 공급망 차질,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미국의 잇따른 테이퍼링(긴축재정) 등 수많은 대외변수에 더해 노조의 대규모 파업까지 발생하면 불 난데 기름을 붓는 격이다. 내부 결속력 강화하기 위한 특단 조치가 이 후보자 임명일 수 있는 것이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은 오늘 국회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이 후보자의 장관 임명 여부는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고용부 장관 본연의 임무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이어가는 일이다. 고용상황이 엄중한 시기다. 결과적으로 윤 당선인의 선택이 맞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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