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짜이 쟈 라오둥(在家勞動)".
지난주말 중국인 등산 동호회서 만난 산시성 출신의 90허우(1990년대 생) 직장인은 노동절(勞動節) 연휴 계획을 묻자 "그냥 자가격리로 청소 빨래 등 밀린 일이나 하면서 집에서 보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절 황금 연휴(4월 30일~5월 4일)를 앞두고 예년같으면 일찌감치 교통편과 호텔 예약을 끝내놓고 사람들은 벌써 출행을 준비하느라 분주할 때지만 올해는 다른 도시로의 출장 여행 수요가 뚝 끊겼다.
'긴급한 일이 아니면 도시를 떠나지말라(非必要不出去)'는 정책때문이다. 기자가 참여하는 웨이신 중국인 단톡방에는 19일 밤 '집에 갇혀 산하를 본다'는 영상이 올라왔다가 이내 삭제됐다. 강력한 방역 통제로 장기 연휴에도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세태를 꼬집은 다소 시니컬한 내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9일 저녁 만난 중국인 사업가는 일주일 전 급한 비즈니스로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 다녀왔는데 '탄창(건강 큐알코드 이상 신호)'이 뜨는 바람에 꼬박 한주동안 집에 같혀 지내야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구 2200만의 도시 베이징에서 하루 신증 감염자가 채 10명도 안되는데 방역 통제가 너무 엄중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은 '코로나 방역' 통제가 유별나기 이를데 없다. 해외 감염을 우려, 심지어 수입 제품 통관에 대해서도 '화물 격리' 제도를 시행할 정도다.
'만사 불여튼튼'. 베이징 시 당국은 경제 수도 상하이의 팬데믹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도 베이징 사수를 위한 노동절 연휴 지침을 통보했다. 1월 초 3일간의 원단 연휴와 2월 초 설과 동계올림픽, 3월 초 양회 때 그랬던 것 처럼 2022년 노동절 황금 연휴에도 '피치못할 사정이 아니면 베이징을 떠나지 말라(非必要不出京)'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중국 수도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기업 빌딩내에서 4월 19일 임시 핵산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2.04.20 chk@newspim.com |
외부로의 출행을 막은 것 뿐만이 아니다. 포럼 같은 도시내 대형 회의, 마라톤 등 스포츠 행사도 열지 못하도록 했다. 베이징시는 통보에서 혹여 이런 활동 중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면 주최및 주관자에 대한 처벌은 물론 해당 행사의 허가자 및 관리 책임자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노동절 황금 연휴는 약 5일 동안 소비가 10 수조 원에 달할 정도로 내수 경기가 활황을 보이는 상가의 큰 대목중 대목이다. '긴급한 일 아니면 베이징을 떠나지 말라'. 사실상 '금족령'으로 인해 올해도 황금 연휴 소비 실종이 불가피하게 됐다. 강력한 방역 정책으로 중국 1분기 사회 총 소매액은 전년동기비 3.3%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 발생으로 3월 한달 동안 소매액은 3% 이상 줄어들었다.
베이징은 코로나 방역과 관련한 노동절 연휴 지침에서 최근 베이징내 감염 발생지역(街道, 동) 주민은 타도시 여행이 힘들고 , 14일 이내 감염자가 발생한 지역 여행도 못한다고 밝혔다. 또 노동절 연휴기간중 항공권과 기차표 호텔 예약 등 베이징을 벗어나는 단체 여행 상품 판매도 일체 금지한다고 엄명을 내렸다.
요행히 타 도시로 떠났다 해도 귀경시 엄청난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해야한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온 지역을 방문했거나 방문 기간 갑자기 현지에서 코로나 감염이 발생했을 경우 긴급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면 베이징 진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 말그대로 '장강의 오리알 신세'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베이징에 들어왔다해도 함부로 나다니지 못하고 48시간내 핵산 검사 음성 증명, 12시간 전후 거주지 주민위원회(촌) 신고, 24시간 후~72시간내 1차 핵산 검사 등을 거쳐야한다. 큐알 코드 스캔시 휴대폰 웨이신 건강 앱에 경고음을 내는 '탄창(건강 큐알코드 이상 신호)'이 뜨기 때문에 식당과 빌딩 건물 등 출입이 원천적으로 제한된다.
사실상 자가격리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광저우에 출장을 다녀온 중국인 사업가는 48시간 내 핵사검사 두번을 하고 모두 음성이 나오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출입을 제한하는 '탄창' 때문에 일주일간 아무데도 못가고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고 19일 저녁 기자에게 소개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