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사업 대출에 대해 대주단(대출 금융사 단체)이 최근 만기 연장을 논의했다. 대주단은 대출과 관련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없고 또한 기한이익 상실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을 포함해 KB국민·신한·우리·하나·IBK기업은행 등 6개 담당 은행은 지난 19~20일 이틀에 걸쳐 사업비 대출과 이주비 대출의 만기 연장과 금리 재산정을 놓고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주단 관계자는 "(2022년 5월) 예정대로 분양이 이뤄지기 않기 때문에 만기에 상환 능력이 없어 대출 조건들을 다시 변경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며 "대출을 집행한 각 은행 해당 영업점에서 19일에는 사업비 대출, 20일에는 이주비 대출 만기 연장 등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에 공사중단을 예고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유명환 기자] 2022.04.18 ymh7536@newspim.com |
대주단이 조합과 맺은 대출 계약은 총 2조1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이주비 대출이 약 1조4000억원, 사업비 대출이 약 7000억원이다. 이주비 대출은 NH농협·KB국민·신한·우리·하나·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이 대출사업자로 참여했고, 대주단인 사업비 대출 금융사에는 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이 포함돼 있다.
이주비 대출과 사업비 대출의 만기는 각각 7월과 8월로 조합은 시공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신용공여(연대보증)로 대출금을 조달한 상태다. 대출금에 대한 조합 측의 이자 부담은 연간 약 8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현재 이주비·사업비 대출 이자는 조합원과 조합 사업비를 통해 상환되고 있다.
NH농협은행 등 대주단은 현재까지 만기 전 대출금을 회수할 만큼 기한이익상실(EOD)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OD란 돈을 빌려 간 차주의 신용 위험이 커졌을 때 금융사가 계약을 파기하고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대주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자를 안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될 만한 것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한이익 상실은 급격한 신용상태의 변동 등 여러 조건들이 있지만, (조합과 시공단의) 불협화음으로 공기가 지연되는 수준인데 이 정도로 급격한 신용상태의 변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이 지연될수록 조합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주단도 조합과 시공단 간 분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단 간 물밑 협상은 진행형이다. 조합은 지난 19일 시공단과에 연석회의를 제안하며 자재 고급화와 공사비 증액의 근거자료 등을 요구했다. 10일 이상 공사 중지를 이어갈 경우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조합의 입장을 고수했지만 협상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한편 둔촌주공 재건축은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를 짓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다. 하지만 공사비 5600억원 가량 증액하는 문제를 놓고 현 조합 집행부과 시공단 간 갈등으로 지난 15일 0시부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둔촌주공 전 조합장이 시공단과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공사비를 5600억원 가량 늘리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으나, 새 조합 집행부가 이전 조합장이 맺은 계약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새 조합 집행부는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에 해당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재 공정률은 52%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