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식품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지구의 날(22일) 기념해 오비맥주와 지구인컴퍼니, 리하베스트가 제안한 대체식품을 활용한 비건식 한 끼 식단을 차려봤다.
식품 제조과정에서 버려지는 부산물을 다시 활용하고 탄소배출이 많은 고기 대신 대체육을 사용하는 등 환경과 가치를 전면에 둔 새로운 개념의 상차림인 셈이다. 6명의 참석자들이 만든 이날 한 끼로 30년 된 소나무 2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양만큼의 탄소를 감축할 수 있었다.
◆밀가루 대신 '맥주박'·아보카도 대신 '애호박·잣'...6명이 탄소배출 87kg 줄였네
지난 20일 오비맥주는 대체식품업체 지구인컴퍼니, 리하베스트와 협업해 현대카드 쿠킹라이브러리에서 '나와 지구를 위한 ECO 한 끼 쿠킹클래스'를 열었다. '지구의 날'을 기념해 맥주박, 대체육 등 리사이클링 및 대체식품으로 비건식(채식주의) 한 끼 식단을 경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메뉴는 보리 헬씨 피자, 나초 그란데, 리너지 스콘 등 3가지로 구성됐다. 주요 재료로는 카스 맥주의 '맥주박'을 갈아 만든 리하베스트의 맥주박 건조 가루(리너지가루)와 언리미트 대체육 등을 사용했다.
쿠킹클래스를 위해 준비된 재료와 조리기구. 전미옥 기자 |
맥주박은 맥주제조과정에서 나오는 맥주보리와 기타 곡물의 발효부산물을 건조시킨 것은 말한다. 밀가루 대용식품으로 부상한 맥주박 건조 가루(리너지가루)는 일반 밀가루보다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이 각각 2.4배와 20배 높을 정도로 영양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만든 보리 헬씨피자에 들어간 '또띠아', 그리고 '리너지스콘'에는 밀가루 대신 맥주박을 갈아 만든 리너지가루가 사용됐다. 또한 피자와 나초에는 토핑으로 햄과 고기 대신 지구인컴퍼니의 '언리미트' 대체육을 올렸고 피자치즈를 대신해 캐슈넛과 마늘가루, 리너지가루를 섞어 만든 치즈 대용식인 '비건 파마산'을 솔솔 뿌렸다.
나초와 곁들여먹는 과카몰리(아보카도를 으깬 것에 양파, 토마토 등을 섞어 만든 멕시코 소스)도 만들었다. 다만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상당한 아보카도(2개 기준 이산화탄소846.36g)가 아닌 애호박과 잣, 풋콩을 함께 갈아 아보카도와 유사한 맛을 냈다. 디카페인 커피와 일반커피를 구별하지 못하는 기자 입맛에는 아보카도와 큰 차이가 없는 맛으로 느껴졌다.
완성된 비건 식단. 왼쪽부터 보리 헬씨 피자, 리너지 스콘, 나초 그란데. |
이날 함께한 6명의 참석자들이 만든 한 끼 식단의 탄소감축량은 6인분 기준 총 87kgCO2eq(이하kg)이다. 같은 메뉴를 밀가루, 쇠고기, 아보카도 등 일반재료로 차렸을 때와 비교해 87kg의 탄소를 감축한 것이다.
1인분 기준 탄소감축량으로 환산하면 보리헬씨피자 4.5kg, 리너지스콘 3kg, 나초그란데 7kg 등 3개 메뉴 합산 14.5kg이다. 30년 된 소나무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6~8kg으로 알려진다. 비건 식단으로 차린 한 끼로 약 2개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소비에도 '가치' 중시...푸드업사이클링·대체육 주목받는 이유
기업들이 푸드업사이클링, 대체식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미닝아웃' 소비 트렌드 때문이다. 미닝아웃은 소비를 통해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제품의 맛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녹아있는 환경보호, 상생 등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푸드업사이클링, 대체식품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오비맥주와 리하베스트의 '맥주박' 업사이클링도 미닝아웃 트렌드를 고려한 친환경 행보의 일환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전체 맥주박의 양은 2020년 기준 총 42만톤 규모다. 과거에는 맥주 제조 과정에서 버려지는 부산물로 취급됐지만 최근 밀가루 대체식품, 플라스틱 대체품 등으로 재조명한 것이다.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가 조리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대체육 등 대체식품을 둘러싼 식품업계 경쟁도 강화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연말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신세계푸드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한 바 있다. 농심은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화 하고 풀무원은 비건만두, 두부면으로 비건시장을 공략하는 등 주요 식품업체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업체들은 '비건'을 앞세웠지만 사실상 채식주의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비건 인구보다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일반 소비자를 겨냥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한국 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선호 인구는 250만명으로 파악된다. 이중 완벽한 비건 인구는 50만명에 그친다.
이날 쿠킹클래스를 진행한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는 "비건 식단은 채식주의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하루 한 끼 쯤 시도할 수 있는 의미있는 발걸음"이라며 "생각보다 맛과 퀄리티에 크게 떨어지지 않으니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도전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