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부동산시장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하는 여야 후보 모두 1기 신도시 리모델링·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워서다.
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사실상 규제 완화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인 언급한만큼 새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1기 신도시 정비사업 규제완화에 힘을 실릴 지는 미지수다.
27일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1기 신도시 재건축·리모델링 공약이 잇따를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이를 공약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집값 상승 우려에 따른 속도조절을 언급하고 있어 '이해충돌'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여야 경기지사 후보들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 앞다퉈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김은혜 의원은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을 내세웠다. 김 의원은 1기 신도시 재건축 마스터플랜으로 리모델링, 재건축, 재개발을 어렵게 하는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1기 신도시는 각종 인프라 노후화로 주민들이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며 "30년을 지속해온 1기 신도시의 전반적인 도시재정비 등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령으로 개선 가능한 과도한 안전진단 규제부터 하루빨리 해소할 것"이라며 "이사 물량이 한꺼번에 몰려 집값이 들썩이지 않도록 이주전용 단지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페이스북 캡처 2022.04.25 sungsoo@newspim.com |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은 25일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을 완료했다. 김 전 경제부총리, 안민석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조정식 의원이 4파전을 벌인 결과다.
김 후보는 '1기 신도시 공공주도 재건축‧리모델링 사업 추진 및 특별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1기 신도시 정비사업 관련해서 '공공주도'라는 단어를 넣었다. 또한 '구도심 재개발 활성화로 도시 활력 회복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의 공약들 [자료=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2022.04.25 sungsoo@newspim.com |
염태영 경기지사 예비후보는 선거 출마 선언문에서 "1기 신도시 등 오래된 아파트 지역의 리모델링 사업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노후 불량주택이나 낙후지역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도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조정식 예비후보는 지사가 됨과 동시에 1조원 기금을 조성해 1기신도시 아파트 리모델링을 강력히 추진하고, 재개발·재건축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공약으로 '1기 신도시 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내걸었다. 특별법은 1기 신도시 정비사업 관련해 안전진단 제도를 완화하고, 용적률을 상향하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완화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기대된다.
◆ 규제완화 '속도조절론'에 장기화…"1기 신도시 용적률 완화"
다만 정부가 사실상 부동산 규제완화 '속도조절'에 들어간 만큼 새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관련 정책을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 규제완화에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그는 "새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으로 일부 고가 주택, 개발·투기이익을 누릴 수 있는 주택이 쏟아질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며 "매우 정교하고 신중하게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25일 브리핑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 문제는 부동산 태스크포스(TF)가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당장 속도를 내 추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개발 방향에 대한 밑그림부터 그린 뒤 방향성을 갖고 차근차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어 26일 심교언 인수위 부동산TF 팀장은 1기 신도시 재건축 중장기화에 대해선 선을 그으면서도 "다만 대규모 이주에 따른 임대차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정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특히 3기 신도시에 이주 전용단지 확보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1기 신도시의 재건축 방안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기 신도시는 일자리 등 기반시설이 부족해 '베드타운'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자족도시로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다.
특히 1기 신도시는 평균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기존 용적률이 180% 이하여야 한다. 그런데 1기 신도시에서 일산(169%)과 분당(184%)을 제외하면 평촌(204%), 산본(205%), 중동(225%)의 3개 도시 평균 용적률은 200%를 넘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1기 신도시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용적률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전부터 있었다. 만약 정부가 1기 신도시 용적률 법정 허용 한도를 500% 이상으로 풀어주면 재건축의 사업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1기 신도시가 가진 입지적 장점이나 인프라를 고려하면 (재건축으로) 더 넓고 양질의 주택을 짓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수용한다면 적정한 수준에서 용적률을 높여주는 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2.04.25 sungsoo@newspim.com |
◆ '1기 신도시' 분당·일산 아파트 신고가 행진…"속도조절되더라도 강세 이어질 것"
이같은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경기지사 후보군의 잇단 공약으로 인해 1기 신도시 집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 월간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주요 1기 신도시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일산신도시 아파트 가격은 4월 들어 상승폭이 확대됐다.
분당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4월 들어 0.4%로 집계됐다. 지난 1월 0.2%, 2월 0.1%, 3월 0.1%였는데 한 달 사이에 상승률이 4배로 오른 것이다.
일산동구, 일산서구도 4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각각 0.2%, 0.4%로 집계돼 한 달 전보다 2배로 뛰었다. 일산 신도시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서구 등 6개동 일원에 위치해있다.
실제로 분당과 일산신도시 아파트 가격은 회복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분당구 서현동 시범단지 삼성·한신아파트 전용면적 172㎡는 지난 1일 24억9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10월 거래된 금액(17억원)보다 7억9000만원 높다. 단지는 지난 1991년 준공돼 올해 31년을 넘겼다.
지난 1992년 준공돼 올해 30년을 넘긴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2단지 청구아파트 전용 135㎡는 지난 5일 20억원에 팔렸다. 지난 2월 17억5000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최근 20억원대를 회복한 것이다.
1995년 준공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장성마을4단지 전용 130㎡는 지난 1일 7억95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1992년 준공된 일산동구 마두동 강촌마을1단지 전용 85㎡도 지난 5일 7억4500만원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1994년 준공된 고양 일산서구 후곡마을15단지 건영 전용 71㎡는 지난 5일 6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6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이 아파트는 올해 2월 5억6700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졌지만 다시 6억대를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재건축·리모델링이 장기화되더라도 한번 생겨난 기대심리 때문에 집값이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언젠가는 현실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만큼 당장은 '쉬어갈' 수 있더라도 우상향 형세를 보일 것이란 진단이다.
박원갑 KB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 매맷값은 현실적인 수요-공급원칙보다는 기대심리에 기반하는 특성이 있는데 1기 신도시 재건축 호재는 연기가 되더라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 거주하기가 힘들 정도로 노후화된 상황도 아닌 만큼 1기 신도시 아파트값 강세는 당장은 주춤하더라도 결국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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