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금리인상기에 대출 이자가 뛰면서 올해 1분기 주요 금융지주들은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고, 인터넷은행들과의 금리 경쟁으로 인해 시중은행의 '연 0.1%'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가속화 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입출금 통장, 요구불예금 등을 포함한 저원가성 예금이 대부분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올 1분기 저원가성 예금은 176조원으로 지난해 말(174조2000억원)보다 약 1.0% 늘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25조원에서 128조원으로, 하나은행은 89조원에서 92조원으로 각각 2.8%, 4.0% 증가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123조원에서 122조원으로 1.2% 소폭 감소했다. 4대 은행 모두 연간으로 보면 8~13% 성장해 증가폭은 더 컸다.
이처럼 저원가성 예금이 늘어나면서 은행의 1분기 순이자마진(NIM)도 개선세를 나타냈다. 이들 4대 은행의 NIM은 1분기에 0.03~0.07%포인트(p) 상승한 1.49~1.66% 수준으로 집계됐다. NIM 상승세 덕분에 이들 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도 1년 전과 비교해 18.3~22.1% 성장했다.
보통 저원가성 예금은 입출금 통장, 요구불예금 등 이자가 0.1%인 입출금이 자유로운 수신 상품을 말한다. 조달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잔액도 100조원 규모로 커 예적금보다 중요한 영업 수단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은행 내부적으로 '핵심예금'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금리인상이 가팔라지며 저원가성 예금이 줄며 은행의 NIM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신한과 우리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저원가성 예금 감소 우려에 대한 고민과 공감이 나왔다.
이성욱 우리금융 부사장은 "향후 금리가 상승하면 핵심적인 저원가성 예금이 증가세가 조금 더 주춤해지지 않을까 하는 부분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시장에선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약 2.0%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일각에선 2.5%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객들은 0.1% 이자만을 주는 입출금 통장보다 파킹 통장 등 고금리 예적금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보통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에서도 이에 맞춰 예적금 금리를 인상한다. 하지만 입출금 통장과 같은 저원가성 예금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각 은행별로 예금 금액 규모가 커서, 금리를 올리면 은행이 마련해야 하는 조달금리의 규모도 커지고 결국엔 고객들의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입출금 통장의 금리도 올릴 순 있지만 은행 입장에선 예금을 언제 뺄지 모르는 고객보다 일정기간 예치를 약속한 고객에게 이자를 주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또 인터넷은행들이 높은 금리의 수신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도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들만한 요인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출범한 토스뱅크는 '하루만 맡겨도 2% 이자 제공'하는 통장으로 6개월간 1조원 정도를 유치했다. 카카오뱅크는 1억원까지, 케이뱅크는 3억원까지 연 1% 이상 이자를 주는 파킹통장이 인기를 끌며 적극적으로 고객 수신을 유치하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MAU(월간활성이용자수) 확대와 기관 유치를 통해 저원가성예금 유출에 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MAU를 1000만까지 늘리고 장기적인 기관 예금 확대 등 여러 가지 핵심예금 증가를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 서울시금고 은행으로 지정된 부분이 있는데 기관공공예금 등 확대를 통해 충분히 저원가성예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금리가 빠르게 인상돼 주식시장도 침체되면서 오갈데 없는 유동성 자금들이 은행으로 많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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