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업계 최초로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두나무는 올해 대기업 지정을 피하려고 했으나, 결국 5조원이 넘는 고객예치금이 전체 자산으로 포함돼 단숨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제한집단)까지 지정됐다. 앞으로 공시의무, 출자제한 등 공식적으로 정부의 규제의 틀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산업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 집단'에 두나무가 포함됐다. 두나무는 자산총액 약 10조8225억원, 고객예치금 약 5조8120억원을 보유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됨과 동시에 곧바로 '상출제한집단'으로 신규지정 됐다.
따라서 5월 1일부터 두나무는 계열사 간 상호출자, 순환출자, 채무보증 등이 금지된다. 또 금융・보험사 의결권도 제한된다. 아울러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규모내부거래 의결, 비상장회사 중요사항 및 기업집단 현황, 공익법인 이사회 의결 등에 대한 공시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더불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도 제공하면 안 된다.
또한 송치형 회장은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를 대기업집단의 총수로 판단해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 의무를 부여한다. 지정자료 허위·누락 제출이 발견될 경우 해당 대기업집단 총수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간 두나무는 대기업 지정을 피하기 위해 내외부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왔다. 두나무는 지난 2월에 이사회를 개최해 송치형, 김형년 두 창업자의 직함을 회장과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의장과 부사장이라는 직함으로 불려왔다. 또 김형년 부회장은 일신상 사유로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한동안 경영에 참여하지 않던 두 창업자가 경영 일선으로 돌아온 것을 두고 업계에선 대기업 지정을 위한 준비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또 두나무는 올해 대기업지정을 피하기 위해 공정위가 위치한 세종시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관에도 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의 10조원 자산 중 절반은 고객예치금이다. 그간 거래소가 보유한 고객의 예치금을 자산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공정위가 고객 자산을 회사 전체 자산에 포함시킨 것이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금융보험사 같은 경우 대기업집단을 판정할 때 고객예치금은 자산에서 빼고 계산하도록 한다. 공정위는 현재로썬 두나무가 금융보험사로 지정되지 않는 한 고객예치금을 자산에서 제외할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향후에 가상자산업이 '금융사'로 분류될 경우에 두나무는 대기업집단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두나무가 비금융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면, 미래에셋의 경우처럼 공시대상기업집단과 상출제한집단에 포함될 수 있다.
이번에 공정위가 두나무 자산을 10조원으로 보고 상출제한집단까지 포함한 것에 대해 정부가 '규제'에 방점을 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현재 가상자산이 주무부처도 정해지지 않고 업권법이 없어 고객자산을 제외한 5조원만을 총 자산으로 볼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보다 높은 수준으로 포함해 규제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두나무 자산을 굳이 10조까지로 메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공정위가 어떤 의지를 갖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었다"며 "나중에 법이 생기면 조정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결국 규제로 힘을 실었다"고 말했다.
두나무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대기업 규제를 받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은 "가상자산은 아직 신생산업인데 대기업 집단으로 묶어버리면 신규 투자,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에 제약이 많아진다"며 "가상자산거래소는 국내 산업만이 아니다.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거래소들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미 대기업 지정하기에 충분한 자산과 규모, 사회적 인식까지 갖춰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두나무 관계자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 2위 거래소인 빗썸도 올해 2월경에 공정위에서 자료 요청이 들어왔고, 대기업 지정 논의 대상이었으나 총 자산이 4조7000억원에 그쳐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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