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7일 문재인 정부 정치인 출신 장관 7명이 일괄 사표를 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금융권에서 사의를 표명한 건 이동걸 회장이 처음이다. 이 회장의 사의 표명 이후 내달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서 국책은행장들의 연쇄 물갈이로 이어질 지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산업은행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23년 9월까지 임기가 약 1년5개월 가량 남았지만 내달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조기에 물러나는 셈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
이 회장의 사의 표명은 이명박 정권 실세였던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등 과거 산은 회장들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의를 표명해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책은행장 중 가장 정치색이 강한 인물로 분류돼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 노무현 정부 때는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냈고 2017년 문재인 대선캠프 비상경제대책단을 거쳐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산은 회장을 맡았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에 이 회장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혀온 만큼 새 정부에서 1순위로 교체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 청와대가 대우조선해양 신임 대표 선임과 관련 '임기말 알박기 인사' 논란으로 충돌할 때도 이 회장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인수위에서 산은 간부들을 소환해 질책한 것도 이 회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대표 선임 논란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말을 아꼈지만 매우 불쾌해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 회장은 사의 표명을 며칠 앞둔 지난 25일 윤재옥 국회 정무위원장(국민의 힘 의원)과 은행장 간담회에 은행연합회 회원사 중 유일하게 불참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내달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의 표명 배경과 그간 5년 간 회장으로서의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한국산업은행법 제13조에 따르면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한다고 명시돼있다. 절차상 이 회장이 금융위원장한테 사의를 표명하면 금융위원장이 청와대에 보고를 하고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사표를 수리할 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이 회장 사퇴 절차에 대해선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회장 사의 표명으로 올해 10월과 12월 각각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원 기업은행장과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 등 국책은행장들의 연쇄 교체 여부도 관심이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 회장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 대부분 새 정부 출범 즈음 한달 전후로 그만둔 경우가 많았다"며 "다른 국책은행장의 경우에도 과거 새 정부가 출범하고 직간접적으로 나가야되지 않겠냐는 시그널이 오면 사의 표명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동걸 산은 회장 후임으로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윤창현 의원,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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