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 최근 삼성전자 주가에는 '저가매수 시점'과 '52주 신저가'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7만~8만원에 머물 때도 '저가매수 시점'이라고 강조했지만 끊임없는 주가 하락세에 삼성전자의 주당 가격은 어느덧 6만원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8층에 갇혔다', '7층에 사람있다'는 비명소리마저 쏟아지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에서 '큰 손'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간 탓이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5주 동안 총 4조원 팔았다. 삼성전자가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손'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파는 이유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이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및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삼성전자의 투자매력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사진=이은혜 기자) |
문제는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에 대한 증권사들의 전망이 상반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튼튼한 기초체력이 반도체 업종의 하방 경직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꾸준히 이익을 창출하는 만큼 주가는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큰 손'들이 매수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일부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목표주가를 내렸지만 여전히 대부분 8만원대에서 머물고 있어 현재 주가와의 괴리가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4개 기관이 추정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9만8000원이고, 투자의견은 '강력매수'다. 방향성을 잃은 투자자들은 여전히 '갈 지(之)'자를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메모리 가격 등 반도체 업황보다 전쟁 등 글로벌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이 언제 잦아들 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업황 개선을 근거로 한 '저가매수 시점'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증권사들도 삼성전자에 대해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구체적인 목표주가나 업황 전망을 제시해주진 못하더라도 '저가매수 시점'이라는 희망고문보다 삼성전자와 우리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강조할 때다. 삼성전자의 '7~8층'에 갇힌 투자자들을 구하진 못해도 '6층'에 갇힐 투자자를 더 늦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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