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이 수도인데 쉽게 봉쇄될까요. 설령 봉쇄돼도 상하이 같은 참상이 빚어지지는 않겠죠. 2022년 10월 초 시진핑 총서기의 3기 집권을 결정할 20차 당대회 때까지는 지금같은 사회 생활 통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는 내년 아니, 2025년까지 이어질것이라는 얘기도 있어요. 정말 불안하고 막막하고 심난합니다'.
베이징은 코로나 신증 감염자가 4월 22일 6명 발생한 뒤 하루 신증 감염자가 20~50명 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도시 준봉쇄 상황의 강력한 방역 조치가 취해지면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사회 혼란도 가중되고 있는 느낌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평소보다 많은 생필품을 구입하고 있고 아예 식당용 대형 냉장고를 들이는 가정도 있다.
베이징시는 2020년 우한 사태 처럼 돌발 위생 비상 대응체계를 내세우지 않고 있다. 또 상하이나 선전 같은 도시 봉쇄에도 아직은 신중한 태도룰 취하고 있다.
다만 연일 터져나오는 코로나19 방역 통제 조치는 수도 베이징을 사실상 준 도시봉쇄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경제 활동과 주민들의 일상 생활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베이징 시 당국은 영화관 등 주요 서비스 업종 영업 폐쇄와 학교 등교 수업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한데 이어 5월 3일 부터 공원내 모든 실내 장소를 휴관한다고 밝혔다.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국가체육장(냐오차오)도 문을 닫았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 소호 상업 빌딩이 4월에 이어 5월 2일 다시 폐쇄됐다. 2022.05.03 chk@newspim.com |
한국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왕징의 소호 상업 빌딩도 5월 2일 다시 봉쇄됐다. 왕징 소호는 4월 한국 의류 매장 코로나 감염 집단 발생으로 2주간 봉쇄됐던 곳이다. 사람들은 자기 생활 터전이 언제 봉쇄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베이징시 당국은 시내 모든 음식점에 대해 5월 노동절 황금 연휴(4월 30일~5월 4일) 매장 영업을 금지한다는 통지문을 내려보냈다. 4월 30일 베이징의 모든 식당에 날아든 노동절 연휴 매장 영업 금지 조치는 한껏 연휴 대목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식당 주인들에게 날벼락이 됐다.
"매장 영업을 못하게 되니 매출이 뚝 떨어졌어요. 와이마이(外卖, 음식 배달) 주문이 조금 늘긴 했지만 5월 초 장사에서 큰 손해를 면치 못하게 됐습니다". 5월 2일 베이징 시내 유명 외식가 구이제(簋街)의 샤오롱샤(小龍虾,가재 요리) 요리점 주인은 노동절 황금 연휴 장사를 망치게 된 허탈한 심정을 이렇게 털어놨다.
베이징시는 '마땅한 사유가 아니면 베이징을 벗어나지 말라'는 베이징 출행 금지 정책을 1월 원단, 2월 구정과 베이징 동계올림픽, 3월 양회, 4월과 5월 봄 행락철 까지 끊임없이 시행중이다. 막대한 불편과 후과를 감수해야하는 상황에서 선뜻 도시를 벗어날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봉쇄와 다를 바 없다.
"무슨 재간이 있나요. 집안에 콕 틀어박혀 '노동'하면서 지난번(4월 24일, 25일) 사재기한 채소와 식료품을 소비하며 시간을 보내야죠". 노동절 연휴 계획을 묻자 1990년대생 직장인은 이렇게 말했다. 노동절 황금 연휴에 집에 갇혀 지내야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의 표현인지 어감이 아주 시니컬하다.
외출만 제한 됐을 뿐 아니라 주민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핵산 검사를 받아야한다. 핵산 검사 음성 증명은 마치 비상 계엄하의 통행증이나 마찬가지다. 핵산 음성 증명이 없으면 지하철이나 버스도 이용할 수 없다. 핵산 음성 증명을 포함해 마스크와 정상 체온, 건강큐알 녹색 코드 요건을 갖춰야 빌딩 출입이나 출행이 가능하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 주민들이 핵산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2022.05.03 chk@newspim.com |
이처럼 강력한 사회 통제는 사람들의 기대와 거꾸로 자꾸만 엄격해져가고 있다. 베이징시는 4월 25일 부터 약 2100여 만명 주민에 대해 격일 한차례 씩 핵산 검사를 받게 했으며 5월 3일부터는 3일간 매일 검사를 받도록 했다.
"매일 이 난리야. 생활 피해가 정말 이만저만 아니야". 상시화되다 시피한 핵산 검사는 주민들에게 엄청난 생활 스트레스다. 5월 3일 차오양구 왕징에서 핵산 검사를 위해 줄을 선 중국인 중년 여성은 당국의 정책에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며 "나랏 돈이 남아돌아 이모양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핵산 검사를 위해 200미터 씩 줄을 서야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정작 저 맨 앞의 핵산 검사대에선 검사 요원이 무료해서 하품을 하고 있는데 검사전 신분증 확인 요원을 달랑 한명만 배치해 200~300미터씩 주민들을 줄 세우는 것은 또 무슨 이유에서 일까.
지역봉쇄 격리 중고위험 지구 신규 지정, 임시 휴관 폐쇄. 고강도 코로나 방역 통제 조치가 하루에도 몇건씩 터져나온다. "이러다 감염자가 세자수 정도라도 되면 전면적 도시봉쇄가 현실화하는 아닐까". 사람들이 품기 시작한 의심은 아주 근거없는게 아니다.
베이징에는 이미 정상 주민 생활이 제약되는 고위험 지구와 중위험 지구가 각각 10곳, 26곳으로 늘어났다. 이런 곳의 주민들은 거의 준 전시상황같은 생활 통제를 받는다. 나서 부터 통제에 익숙하지 않는 서방 국가 사람믈에게는 심한 스트레스다.
영화관 식당 PC방 노래방 스타벅스가 모두 문을 닫았다. 국가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전시실도 휴관에 들어갔다.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곳은 슈퍼나 마트 정도다. 2020년 우한 코로나 사태 직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나마 부동산 중개소 영업을 막지않은게 우한 때 보다 괜찮은 정도다. .
당국의 발표나 기관 자료에 따르면 5월 노동절 연휴 상황이 앞으로 베이징 방역 정책의 분기점이 될 것 같다. 현재로선 연휴 후에도 방역 정책은 크게 완화되지는 않을 분위기다. 다만 한편에선 연휴 외출을 막은 상황에서 연속 3일 핵산 검사 결과가 낙관적이면 셍활 통제가 다소 풀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