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명은 기자 =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에 서울 아파트값이 3개월여만에 반등하면서 향후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 직후부터 재건축·재개발 이슈가 부각되면서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에서 집값이 들썩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중심으로 규제 완화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지역 개발 기대감이 높아진 용산구까지 한달 넘게 상승장세를 형성하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값 흐름을 바꿔놓았다.
인수위 차원의 정제되지 않은 규제 완화 신호들이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구체화되기도 전에 앞질러 시장에 전달되면서 집값 상승 심리만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값 하향 안정을 목표로 내세운 새 정부가 서울 주택 매매시장의 불안한 흐름을 끊기 위해서는 신속하고도 충분한 공급 정책은 쓰되 규제 완화는 속도를 늦춰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재건축이 신속하게 진행돼 공급이 확대돼야 집값이 안정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건축 호재에 따른 가격 상승 구간을 지나야 진정한 집값 안정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새 정부 규제 완화 기대감에 아파트값 계속 뛰는 서울 서초·용산·강남구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01% 올랐다. 앞서 4주간 이어온 보합을 깨고 상승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오른 것은 지난 1월 17일(0.01%) 조사 이후 15주 만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한 곳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호재가 있는 용산구(0.04%)와 재건축·초고가 단지가 몰려 있는 서초구(0.05%), 강남구(0.03%)다.
용산구는 3월 넷째 주(0.01%)부터 6주간, 서초구와 강남구는 3월 셋째 주(0.01%)부터 7주간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추가 금리인상 우려와 세계 경기 불확실성으로 5월 들어 대체로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이들 지역만은 유독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특히 서초구는 반포동 신축 중대형 위주로, 강남구는 대치·청담동 중대형 위주로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대선 이후 서울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 아파트의 호가가 이전보다 높게 형성되는 등 집값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자 새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보다는 주택 공급 계획 발표에 좀 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인수위 측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규제 완화 속도 조절을 언급하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원 후보자는 장관 내정 직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폭탄으로 인해 개발 이익, 투기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라며 "지나친 규제 완화나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후보자는 지난 2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집값을 하향 안정시키는 것이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목표라면서 단기간에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도심 내 정비사업 등의 속도를 높이고 기존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등의 정책을 하루빨리 시행하겠다"면서도 "시장 가격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은 면밀하게 상황을 보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공급은 신속히 늘리면서도 규제 완화에는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이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05.02 kimkim@newspim.com |
◆"아파트값 상승 구간 버텨내야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 꾀할 수 있다"
이 같은 규제 완화 속도 조절 방침에도 불구하고 전국 집값을 주도하는 서울의 아파트값이 새 정부 출범을 목전에 두고 상승 전환함에 따라 부동산 정책 담당자들의 고민도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기대감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의 아파트값이 상승 기조를 나타내자 규제 완화 속도를 새 정부 인사들이 예고한 것보다 더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진행 속도를 높여 공급을 최대한 빨리 늘려야 장기적으로 집값이 하향 안정화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재건축 호재로 집값이 오르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다. 현 정권에서 진즉에 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쯤 집값이 안정됐을 것"이라며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인해 이제야 필요(집값 상승) 구간을 통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집값을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규제 완화 시그널이 막연하게 전달되면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다"면서 "집값 상승을 감안하고 확실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집값 1년간 잡겠다고 머뭇거리다가 2년 후에 또 오르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권 팀장은 또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 정책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공급을 늘리는 과정이 곧 규제 완화를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 "실수요자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대출·세금규제 등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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