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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서울 주택시장 '초양극화' 예고…반전은?

기사등록 : 2022-05-0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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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은 주춤, 초고가는 더 올라"…서울 주택시장, 초양극화 예상
'실질성장률 2%' 경기침체로 보긴 일러…"부동산 더 각광받을 것"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서울 주택시장이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현상) 우려로 '초양극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따른 안정자산 투자 심리로 인해 부동산이 인기를 누릴 수 있지만 역시 스태그플레이션은 금리 상승을 동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극화 심화는 자연스런 현상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에 따라 서울 핵심지역에 있는 20억원 이상 고가아파트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반면 서울·수도권 외곽지역 주택 소유자들은 오히려 스태그플레이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국내 경기가 명확히 침체국면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침체 없이 물가가 오르면 부동산은 자산가치 방어(헷지) 수단으로 더 인기를 끌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속 '똘똘한 한채' 안정 자산 부상 예상…주택시장, 초양극화 보인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 되면 서울 주택시장이 '초양극화'를 보일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해 유동성의 시대는 가고 긴축의 시대가 올 것인 만큼 자금 역시 안정자산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즉 은행 예·적금과 금 그리고 미 달러화 같은 안정자산에 시중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내 주요 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4월 한 달 동안 약 2조원 증가했다. 국제 금값 역시 올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의 상승도 새 정부 이후 부동산시장 활황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한 안정자산 투자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스태그플래이션 상황인 만큼 금리 인상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금리 2%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은 부동산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닌 만큼 부동산이 안정자산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석유파동(오일쇼크)으로 두 차례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던 1970년 중반과 1980년 초반 부동산가격은 급락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2008년 발표한 '스태그플레이션과 주택시장' 보고서를 보면 1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1973~1975년에는 국내 실질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2차 오일쇼크를 겪은 1980년 전후에도 지가상승이 급격히 둔화됐으며, 실질지가지수는 1980년에 13.2% 하락했다. 하지만 당시 금리는 연 10%를 넘던 시대였던 만큼 부동산 가격 침체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채의 주택을 매입해 집값 상승 이후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똘똘한 한 채'로 스태그플레이션을 돌파하겠다는 심리가 나타날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지면 주택구매 및 투자수요는 위축되기 때문에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똘똘한 한 채'가 각광 받을수록 주택시장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내 부동산시장은 지역별, 가격대별로 차별화를 보일 것"이라며 "1기 신도시처럼 개발호재가 있는 곳과 20억원 이상 고가아파트가 있는 지역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1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는 조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스태그플레이션과 주택시장' 보고서 캡처 [자료=국토연구원] 2022.05.06 sungsoo@newspim.com

양극화의 기준은 입지가 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서울 핵심지역에 있는 고가아파트 소유자들은 경기 침체·물가 인상 타격을 적게 받지만, 서울·수도권 외곽지역 주택 소유자나 수요자들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은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시장 간 양극화 뿐만 아니라 서울지역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수요가 많은 강남3구와 서울 핵심지역은 집값이 오르고,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외곽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때 중요한 것은 부동산 금액이 아니라 지역"이라며 "6억원 이하 초소형 주택이라도 서울 핵심지역에 있다면 오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실질성장률 2%' 스태그플레이션 맞나?…"부동산 더 각광받을 수도"

다만 국내 경기가 스태그플레이션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원자재, 식품을 비롯한 각종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국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마이너스'로 크게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질 경제성장률은 명목 경제성장률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수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근거한 수치다. 지난 1월 수정 보고서 및 지난달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밝힌 3.0%보다 0.5%포인트(p) 낮아졌지만 견조한 수치라는 의견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중 '주요국 실질 GDP' 캡처 [자료=기획재정부] 2022.05.06 sungsoo@newspim.com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를 제거한 2020~2022년 3년간 평균 성장률은 1.85%로 집계됐다. 이는 주요 7개국(G7)과 비교할 때 미국(1.92%)에 이어 2위다.

또한 IMF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월 수정 전망과 동일한 2.9%로 제시했다. 2020~2023년 4년간 평균 성장률(2.11%)은 미국(2.02%), 캐나다(1.42%) 등 G7 국가들의 성장률을 웃돌았다.

국내 성장률 전망치가 이처럼 견조하게 평가된 만큼 경기가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즉 국내 부동산시장이 오일쇼크 당시처럼 급속히 냉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나쁘지 않은 것을 보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서울은 KB부동산 시세 기준으로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만약 경기침체 없이 물가만 오르는 '인플레이션' 상황이라면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화폐 가치가 하락해서 실물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주택 매수심리는 지난 3월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살아나고 있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5.5로 한 달 전(105.9)보다 9.6포인트(p) 올랐다.

이 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하는데, 100보다 크면 부동산 가격 상승과 거래 증가 응답이 많다는 뜻이다. 국토연구원은 지수가 115 이상이면 시장을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서울은 작년 12월(108.1)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연속 115를 밑돌았지만 3월 지수에서 처음으로 115를 넘어섰다.

서 회장은 "국내 경기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기 보다는 인플레이션 상태라고 생각한다"며 "경기침체 없이 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이 자산가치 방어(헷지) 수단으로 더 각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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