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여파가 자본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기업들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한 증시 상장을 장려하고 있지만 중국 지도부의 또 다른 치적인 '제로코로나'가 기업들의 생산 및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자본시장 입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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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전문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의 9일 보도에 따르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던 100여 개 기업들이 회계보고서 만기 혹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상장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현장 방문 등을 통한 기업조사가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증권 발행기업과 주간사의 회계보고서 갱신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상하이·지린(吉林) 등 주요 도시가 봉쇄되고 이로 인해 조업이 중단되면서 다수 기업이 1분기 혹은 그 이상 기간 실적에 타격을 입은 것, 올해 들어 A주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면서 주가가 발행가 밑으로 하락하는 이른바 '포파(破發)'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 역시 기업들의 상장 의지를 꺾고 있다.
현지 증권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투자은행(IB)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도시 봉쇄로) 출장을 갈 수도, 기업 조사를 나갈 수도 없다. 기업 상장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염병이 재유행하면서 관망세로 돌아선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도 해당 관계자는 전했다.
디이차이징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상장 절차를 중단한 기업은 현재 160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 중단을 신청한 기업이 커촹반(科創板) 32개, 촹예반(創業板) 108개, 상하이·선전 메인 보드 3개, 베이징거래소 7개였고, 등록 단계에서 포기한 기업은 커촹반과 촹예반 각각 6개씩이었다.
특히 커촹반 상장을 계획했던 기업들이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장 심사를 중단한 32개 기업 중 코로나19 여파로 상장을 중단한 기업은 11개로 전체 대비 34%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중국 금속분말사출성형(MIM) 설비 제조업체로 커촹반 상장을 예고하며 주목을 받았던 헝푸과기(恒普科技·HIPER)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업과 주간사가 기한 내 기업조사 및 회계감사 등을 마무리 지을 수 없어 상하이거래소에 심사 중지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순조로운 상장을 위해서는 실적이 뒷받침 돼야 하지만 코로나19의 반복적인 확산은 기업들의 재무제표에도 계속해서 부담이 되고 있다. 물류 및 농업용 드론 개발에 주력 중으로 커촹반 상장을 추진했던 지페이커지(極飛科技·XAIRCRAFT)는 심사 중지를 신청한 데 대해 "전염병 여파로 원자재 구매 비용이 급등했고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이 기업의 생산능력에 영향을 미쳤다"며 "2021년 주력 제품의 생산 원가가 당초 예상치를 넘어서면서 총이익률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회계자료 만기, 실적 악화보다도 최근 계속되고 있는 A주 하락세가 상장 계획 철회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주식 발행은 심사 통과 이후 2주 내 가능하지만 심사에 통과한 기업들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 중인 중국 증시를 보며 주식 발행을 망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최근 많은 기업들이 IPO를 중단한 이유는 회계감사 및 기업 현장 조사가 힘들기 때문으로 거래소 심사 단계에는 들어서지 못한 상황"이라며 "때문에 거래소 측에서 제공할 수 있는 지원 조치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어려움 완화 및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민영기업 및 중소기업의 증시 상장을 장려하고 있다. 중국 증권 당국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유관 부처는 지난달 11일 '상장사의 건강한 발전 지원 강화에 관한 통지'를 발표함으로써 민영기업의 상장을 통한 융자 지원, 안정적 성장·고용 창출·민생 개선 등에서의 민영기업 역할을 강조했다.
중앙 정부 방침에 따라 주요 도시 지방 정부들도 현지 기업의 증시 상장 지원 조치를 담은 문건들을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베이징시가 지난 9일 혁신형 중소기업의 베이징거래소 상장을 지원하는 8개 조치를 발표했고, 같은 날 광둥(廣東)성 중소기업발전촉진회는 '전정특신(專精特新, 전문성·정밀성·특수성·혁신성)' 기업의 상장을 도울 '상장 교육반'을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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