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마크 에스퍼 미국 전 국방장관이 10일(현지시간) 출간한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밑에서 일한 고충 중 하나가 거듭되는 주한미군 철수였다고 밝혔다.
자신도 트럼프 대통령 밑에서 일하길 포기한 사람 중 하나이며, 사직서 제출을 막은 것은 자신의 후임이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이행할까봐였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2020.03.18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에스퍼 전 장관의 신간 '성스러운 맹세: 보기 드문 시기 국방장관의 회고록'(A Sacred Oath: Memoirs of Secretary of Defense During Extraordinary Times)에 대한 사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아시아 주요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 자주 폄하했다고 회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주둔하는 약 2만8500명의 미군 철수를 자주 언급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와 그가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기 직전이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상대하기에 끔찍했다"며 "우리를 상대로 뜯어먹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에스퍼는 고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에게 삼성TV를 파는데 우리는 그들을 보호한다. 말이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밑에서 약 15개월 동안 국방부 수장을 지냈다. 에스퍼 장관은 "내 임기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반복적으로 주한 미군 철수를 얘기해왔고 그럴 때마다 나는 계획을 미루자고 해야 했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도 "대통령님, (주한미군 철수 계획은) 두 번째 임기 때 우선 계획으로 두는 것이 어떨까요" 충언을 올렸다고 알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맞다. 두 번째 임기에 하겠다"고 답했다는 일화다.
특히 그를 경악하게 한 사건이 하나 있다. 지난 2017년 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책상에 있는 '핵버튼' 크기를 자랑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조롱하고 몇 주 후 에스퍼 장관은 한국에 머무는 주한 미군 가족들의 즉각 대피령을 전달받았다.
이는 북한에 미국 공격의 전조 현상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북한이 선제공격을 할 명분을 주는 행동이라 충격이었다고 에스퍼 장관은 회상했다. 그가 백악관으로부터 상세한 지침을 기다리고 있을 때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은 생각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 미군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독일 주둔 미군 철수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에스퍼 장관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 철수를 명령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자신도 트럼프 대통령 밑에서 직책을 유지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의 후임이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 두려워 일을 그만 두지 못했다고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WP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확실히 군통수권자로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 국가의 지도자라면 자신보다 국가를 먼저, 원칙과 진실성을 추구해야 하는데 그 어느 것 하나 충족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을 우려했다. 두 번째 임기 때는 "그의 무모함이나 경솔한 본능을 억제할 아무런 구속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트럼프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주한 미군 철수를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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