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총수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물류 회사 한익스프레스에 10년간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솔루션이 1심에서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2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화솔루션 법인에 대해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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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 회사의 각 범행은 재벌기업의 사실상 관계회사에 대한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로 거래 공정을 해하고 다른 사업자의 공정한 시장참여를 심각하게 제한한다"며 "발생하는 폐해가 상당히 큰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약 10년 동안 한익스프레스에 부당한 일감을 몰아주면서 이익을 제공했고 거래대금은 유사한 업체들을 상대로 한 대금보다 과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직원들이 한익스프레스와의 거래 규모와 금액이 과다해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반복 지적했고 회사 내부에서 문제점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임에도 경영진은 개선을 위해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범행 성격과 지속기간, 제공한 경제적 이익의 규모 등에 비춰볼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사건 이후 물류 운송에서 경쟁입찰 도입 계획을 수립한 점, 회사 내 준법감시를 대폭 강화한 점, 부당지원행위로 인한 과징금 처분을 받은 점 등 모든 양형요소를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화솔루션 측은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물류제도 개선 조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장기간 부당지원행위가 지속됐다"며 벌금 2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 2008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한화그룹 회장 친누나가 대주주로 있는 한익스프레스에 수출용 컨테이너 운송 물량 전부를 몰아주면서 정상적인 거래 가격보다 현저히 높은 운송비를 지급해 운송비 총 87억원을 과다 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0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염산과 가성소다를 판매하면서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한익스프레스를 운송 거래 단계에 끼워 넣어 1500억원 상당의 탱크로리 운송 물량(약 900만 톤)을 몰아준 혐의도 있다.
이는 국내 유해화학물질 운반 시장의 8.4%에 해당하는 규모로 한화솔루션의 탱크로리 물량의 96.5%, 한익스프레스 탱크로리 물량의 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11월 한화솔루션의 이같은 부당지원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29억원을 부과하고 한화솔루션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 끝에 지난 1월 한화솔루션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다만 부당지원을 받은 한익스프레스는 현행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관계로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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