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인플레이션 공포가 불거지면서 뉴욕증시가 또다시 주저앉았다.
18일(현지시각)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8% 급락했고, S&P500지수와 다우지수 역시 각각 4%, 3.6% 밀렸다.
하지만 월가에서 쏟아지고 있는 경기침체 경고음에 비하면 시장은 아직까지 심각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앞 월가 표지판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쏟아지는 'R의 경고'
최근 월가에서는 투자은행(IB)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물론 기업인들 사이에서까지 침체 공포감이 감돌고 있다.
싱크탱크 컨퍼런스보드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들의 68%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인플레이션 통제가 실패해 결국 침체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심각한 경착륙 슬럼프가 올 수 있다고 답한 CEO도 10명 중 1명꼴이었다.
투자은행(IB) 등 전문 기관들은 이미 수 차례 침체 경고음을 내보내고 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12~24개월 내로 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30% 정도라고 진단했다.
전날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 이어 이날 CNBC에까지 잇따라 출연한 솔로몬 CEO는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침체 또는 매우 매우 더딘 수준의 성장세를 마주하게 될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침체가 조만간 반드시 일어날 일은 아닐 수도 있다면서 "분명한 것은 당신이 중대한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인이라고 가정한다면 현재는 1년 전보다는 좀 더 신중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찰스 샤프 웰스파고 CEO 역시 전날 "일종의 침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소비자와 기업은 재정적으로 여전히 견실하다는 신호가 꽤 있다면서 "재정 면에서 강력한 만큼 연준의 긴축으로 인한 침체가 발생하더라도 완충 작용을 기대할 수 있어 침체의 기간이 길거나 정도가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 앤 보비노 S&P글로벌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전망에 침체가 반드시 있다고 보진 않지만 침체 리스크는 분명 커지고 있다"면서 "현재 침체 가능성은 30% 정도이며 내년은 그 확률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이면 연준의 금리 인상이 누적되면서 모기지 비용이나 월간 지출 등에 본격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시장, 아직 정신 못 차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쌓여가는 침체 신호를 시장이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리스크 반영을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라고 경고했다.
주식시장의 경우 경기에 민감한 산업 섹터와 소비자 지출에 민감한 임의소비재 관련주, 아마존과 같은 기술주가 급락하고 필수소비재와 유틸리티 업종이 연초 이후 보합에 그치는 등 일부 우려가 수치로 드러나고 있으나 아직은 덜 빠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 뒤 침체가 이어졌을 당시 산업주들의 밸류에이션이 3분의 1 증발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낙폭은 작은 수준이란 것이다.
채권시장도 지난주 최하위 신용등급인 CCC등급 정크본드와 회사채 중심으로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났지만 충분치는 않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1일 미국 하이일드채 평균 가격은 91센트 정도로 2020년 5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BB등급 채권의 경우 미국채 수익률과의 차이를 뜻하는 스프레드가 그리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해당 스프레드는 3월 중순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스프레드가 벌어질 때 경기 침체가 머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CCC등급 채권의 스프레드는 지난 2019년 12월보다 낮은 수준이다. 매체는 침체 리스크가 어느 정도 반영은 됐지만 회사채는 매우 경미한 수준의 침체에만 대비하고 있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확신한 소프트랜딩(연착륙) 가능성을 신뢰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날 마켓워치는 트레이더나 투자자, 전략가들이 앞으로 최소 3~4개월 변동성이 더 이어지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연준이 그때까지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할 가능성이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