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동원그룹 2세 김남정 부회장이 새 지주회사가 될 동원산업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회장 승진을 위한 여건을 마련했다.
현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 논란에서 지분율을 포기하는 '통 큰' 행보로 시장의 신임을 얻었고, 지배구조 단순화로 그가 추진하는 2차 전지 등 신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그룹 내 지배력을 확실히 다지며 경영 승계 작업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분석이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사진=동원그룹] |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에서 합병비율을 조정하며 시장의 반발을 잠재우면서다.
이번 합병 논란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정우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상생을 위한 좋은 항복"이라며 "앞으로 동원산업 케이스를 시발점으로 기업들이 불공정 합병을 하는 사례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가 된다"고 평가했다.
두 회사의 합병 후 기존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에 포함되고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새 지주회사가 된다. 합병비율 변경으로 오너 일가 지분이 다소 낮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60%에 육박한 지주사의 지분을 확보하며 그룹 내 지배력은 공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 계획이 변경되면서 오너 일가의 동원산업의 지분율은 65.8%에서 58.6%로 약 7%포인트 낮아진다. 동원산업이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해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기준시가가 아닌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변경, 종전 24만8961원에서 38만2140원으로 53.5% 상향 조정하기로 하면서다.
이에 따라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7.38%에서 15.49%로, 김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48.43%에서 43.15%로 낮아진다.
특히 최대주주 김남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제2의 창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19년 김재철 명예회장 퇴진으로 식품사업을 물려받은 후 공격적인 M&A로 신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그가 경영권을 잡은 후 성사시킨 M&A만 10여건에 이른다.
합병 후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면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더 낼 수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현금창출 능력이 떨어졌고,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M&A를 하려면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 100%를 투자해야 동원산업을 중심으로 M&A를 시도하기도 어려웠다.
김 부회장이 경영권을 물려 받은 후 동원시스템즈는 2차전지 소재사업에 뛰어들었고, 동원산업은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을 위한 연어 양식 사업을 추진하는 등 신성장동력 육성에 나선 상황이다.
동원그룹은 새 지주사인 동원산업으로 투자부문을 일원화하고 각 회사별로 분산됐던 인적·재무 자원들을 통합해 사업 경쟁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그룹 전체의 가치도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의 회장 승진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부회장의 형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김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1년여 만에 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2004년 동원그룹에서 분리돼 김 부회장의 형인 김남구 회장이 맡고 있다. 김 부회장도 사실상 동원그룹의 지배력을 확실히 쥔만큼 회장 승진도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동원그룹 관계자는 "김 명예회장이 여전히 건강하시고 김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계획에 없다"며 "이번 합병은 지금까지 동원그룹이 과감한 도전과 투자로 위기를 이겨온 만큼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50년을 향해 도약하기 위해 21년만에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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