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도 집회 주최자에 대한 개별적 고려 없이 전면적으로 집회를 금지한 지방자치단체 고시는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해당 고시가 이미 폐지돼 고시의 위법성을 다툰 당사자에게 패소와 동일한 판결을 내리면서도 소송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하라고 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서울중부노점상연합 소속 A씨가 서울 중구청장을 상대로 낸 집회집합금지구역 지정취소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앞서 A씨는 지난해 4월 12일 노점상연합을 대표해 "2021년 4월14일부터 5월12일까지 서울 중구청 인도 앞에서 '노점상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겠다"며 서울 중부경찰서장에게 집회를 신고했다.
중구청은 같은 달 30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근거해 관내 4개 구역인 중구청과 중구보건소, 충무아트센터, 국립의료원 주변 도로 및 인접한 도로(인도)를 집회금지장소로 지정했다.
또 5월3일부터 별도 공표 시까지 집합금지구역에서 일체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집회 주최자 및 참여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고시했다.
A씨가 신고한 집회 장소가 집회금지구역에 포함되자 A씨는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고시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신청했고 법원은 A씨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중구청은 지난해 5월 집회금지구역 중 중구청 주변 도로 및 인접한 도로(인도) 부분을 중구청 정문 앞 인도로 축소하는 내용으로 고시를 변경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집회금지구역을 해제한다고 고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집행정지결정으로 인해 (A씨가 신고한) 집회 기간 집회가 가능하게 됐고 이미 그 기간이 경과한 사실, 이 사건 고시는 변경고시를 통해 집회금지구역이 축소됐고 그 마저도 소송 계속 중 폐지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원고(A씨)가 이 사건 고시를 취소한다는 판결을 받더라도 제한받았던 집회의 자유가 원상회복된다고 볼 수 없고 그 밖의 법률상 이익 또한 잔존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가 이 사건 고시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소멸했다"고 소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패소 판단을 내리면서도 "행정소송법에 따라 피고(중구청장)에게 소송비용의 부담을 명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행정소송법은 행정청이 처분 등을 취소 또는 변경함으로 인해 청구가 각하 또는 기각된 경우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또 중구청 고시 중 적어도 집회장소 관련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시에 의해 집회시간, 규모, 방법 등을 불문하고 일정 장소에서의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했다.
아울러 "피고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코로나19의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이 사건 집회 일체를 금지해야 할 구체적인 사정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서울시의 노점상 정책과 관련한 이 사건 집회장소의 중요성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개별적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중구청 주변 도로 구역 전체를 집회금지장소로 지정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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