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총수 일가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이유로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에 부과한 과징금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최근 대한항공과 계열사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3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대한항공 보잉787-9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
공정위는 2016년 한진그룹이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 일감을 몰아주고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과징금 14억3000만원을 부과하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23조의2 1항을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기내 면세품 판매 사업을 하는 싸이버스카이 등에 인터넷 광고를 몰아주고 통신판매수수료를 면제해줬다고 봤다. 또 판촉물을 구매하면서 판촉물 구입가격을 의도적으로 인상해 마진율을 높여준 것으로 판단했다.
원심은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싸이버스카이나 유니컨버스에 귀속된 이익이 정상거래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로 부당이익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또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일부 상품의 경우 원가가 높아 계열사에서 판매 수수료를 지급할 경우 다른 상품들과 달리 마진율이 음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상품들의 판매추이와 판매기간을 고려해 일정 매출액 도달 전까지는 통신 판매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서 든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공정거래법 23조의2 1항의 부당성, 정상가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23조의 2가 신설되면서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공정 거래의 위법성을 판단한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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