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와 IBK기업은행·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공기업권의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현재 중소기업은행노동조합이 진행하고 있는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의 승소 전망이 점쳐지면서, 다른 금융공기업 노사간 임금피크제 재협상으로 번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에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는 작년 말 기준으로 각각 992명, 330명이다. 산은의 경우 예정자까지 합산한 올해 말 기준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375명으로 작년 대비 45명 증가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을 보장하거나 고용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행의 경우 중소기업은행노동조합 소송단이 현재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은행노조에 가입한 임금피크제 대상자인 조합원은 900여명으로, 1961~1962년생을 주축으로 올해 초 소송을 시작해 오는 7월 변론기일(잠정)을 앞두고 있다.
IBK기업은행·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사) |
중소기업은행노동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전체가 소송에 참여하면 소송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1961~1962년생을 주축으로 470여명이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아직 1심 판결도 안 나온 상황인데, 이번 대법원 판례로 조합원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한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중소기업은행노조는 임금피크제를 백지화하거나 시중은행처럼 명예퇴직 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은 지난 2015년부터 57세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게는 정년퇴직(60세) 전까지 5급으로 강등, 기존 임금에서 35% 삭감 등의 조치가 적용된다.
기업은행노조 관계자는 "사실상 요즘 50대 중후반은 한창 일할 나이인데다 결혼 연령대가 늦춰진 탓에 대학생 자녀를 둔 사람도 태반"이라며 "아무런 협의도 없이 직무가 강등 조치되면서 상실감이 클 뿐 아니라, 임금 삭감에 대한 경제적 부담도 크다"고 토로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인 992명 가량이 신입행원과 같은 5급 이하로 강등되면서, 정작 신입행원 채용 여력이 줄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작년 상·하반기에 각각 100명씩 채용을 진행했다. 희망퇴직자가 없으니 조직의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책은행의 임금피크제 도입, 명예퇴직제도 삭제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노사 간 합의로 도입된 이후 제대로 협상 테이블 위에 오른 적이 없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대법원이 이번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당시 노동자 과반으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장기간 협의를 거친 뒤에 노조의 동의를 얻었다고 해도 취업규칙의 내용이 현행법에 어긋난다면 그 취업규칙은 무효라고 판시한 만큼, 국책은행에서도 임금피크제 시행 등에 관한 노사 간 재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올해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도 임금피크제 관련 산별교섭을 시작했다. 산별중앙교섭 주요 요구사항은 ▲정년 65세 연장 ▲60세 이전 임금피크 진입 금지 ▲임금피크 기간 근로시간 단축 등이다. 현재 2차 교섭까지 진행했고, 내달 중 3차 교섭을 재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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