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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인종차별 조장?..."왜 흑인 사진만 쓰나"

기사등록 : 2022-05-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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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희귀 감염병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이 비(非)풍토병인 세계 20여개국에서 200여건의 누적 확진 사례가 나왔다.

원숭이두창이 풍토병인 지역은 아프리카 중부와 서부다. 지난 7일 영국에서 처음 확진 사례가 보고된 이래 유럽과 미주, 중동, 호주에서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주요 외신과 방송은 앞다퉈 원숭이두창에 관한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기사나 방송에 첨부된 사진을 보면 모두 흑인, 아프리카인이다. 미디어가 원숭이두창으로 인종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한 언론인의 소신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원숭이 두창을 일으키는 원숭이 마마 바이러스. [사진= 영국 보건안전청(UKHSA) 제공]

◆ "미국 내 확산 소식인데 왜 사진은 아프리카인이냐"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매체 쿼츠의 아프리카 특파원 알렉산더 오누크우에는 최근 외신들이 전하는 원숭이두창 보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이 최근 확산하는 곳은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등 서방인데 주요 언론 매체들 기사는 전부 흑인과 아프리카인 사진 뿐이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영국 BBC방송, 스카이뉴스, 미국 ABC 뉴스 등 가리지 않는다. ABC방송은 지난 20일 "원숭이두창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아프리카에 다녀온 이력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듯 하다"고 보도하며 자료사진으로 원숭이 마마 바이러스 그래픽 사진을 첨부했다. 

문제는 3건의 후속보도의 첨부 사진들이었다. 피부에 수포성 발진이 난 흑인 남성의 손등, 림프 부종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남성의 사진들은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확산하는 상황에 맞지도 않다"고 그는 꼬집었다. 

원숭이두창은 대체로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었고, 다른 자료사진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과 유럽 확산을 보도하는 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7년 입수한 콩고민주공화국(DRC) 자료사진을 쓰는 것은 해도 너무하다는 지적이다. 

영국 BBC가 지난 22일 보도한 기사에는 온몸에 두드러기 같이 피부 발진이 난 남성의 상반신 사진을 첨부하면서 사진 설명에는 아프리카란 대륙명만 있을 뿐 국가명은 없었다. 

이에 아프리카 국가 케냐에 있는 외신기자협회는 분개했다. 협회는 성명에서 "우리는 아프리카인에게 재앙을 다른 인종에게는 특권과 면책권을 부여하는 이 부정적인 고정관념의 영속을 규탄한다"며 "유럽과 미국에서 원숭이두창이 확산한다는 보도에 이런 사진을 사용하는 의도가 무엇인가. 피부 발진이 난 사진은 흑인으로 대체해 백인의 순결을 지키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주요 외신은 로이터나 AP통신, 게티이미지 데이터베이스(DB) 사진을 쓸 때가 많다. 원숭이두창이 워낙 아프리카 풍토병이다보니 자료 사진이 많을리 없다. 그렇다고 해도 핑계거리가 불과하다고 아프리카 외신기자협회는 비판한다.

케네디 완데라 협회장은 "매우 게으른 핑계"라며 현미경으로 바라본 바이러스 이미지로 대체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영국이나 미국에서 원숭이두창 환자가 나왔다면 그 환자가 입원한 병원이나 관련 이미지를 사용하라"고 덧붙였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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