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각종 대출 규제로 제한됐던 청년들의 주택 구입 여력이 늘어나게 됐다.
그 동안 자산 형성 시기가 짧은 청년들이 집을 사고 싶어도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던 제도적 한계를 개선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인해 청년층이 LTV 완화 효과를 그대로 적용받을지는 따져봐야 한다.
다만 대출규제 여력이 늘어나도 매수 효과는 미미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상에 부동산 시장 조정 국면이 더해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상황을 판단해 매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 서울 5억 아파트 대출 3억→4억 확대…"자산 없는 청년 기회 제공 바람직"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조간 완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청년세대가 대출로 집을 사긴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30일 발표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에서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에 LTV를 기존 60~70%에서 80%로 완화키로 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정할 때는 장래소득 반영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 동안 현재 소득이 낮다는 이유로 대출 한도가 지나치게 낮았던 한계를 보완한다는 취지다.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초장기 주택담보대출도 8월 출시한다는 목표다.→
LTV 완화를 포함한 이번 대책으로 청년들의 내집 마련 기회가 확대될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결혼, 출산 등 주택 구입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대출 규제 강화로 기회를 박탈당했던 이들이 원하는 경우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 5억원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 기존 LTV 60%를 적용하면 대출 한도가 3억원이었지만 앞으로는 4억원으로 늘어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자산이 크지 않지만 직장이 있어서 상환 능력이 있는 경우 등 대출 강화로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었던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정비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집이 필요한 사람이 언제든지 집을 살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DSR로 LTV 80% 적용 제한 가능성…청년 미래소득 반영 효과도 따져봐야
다만 DSR 규제가 여전한 만큼 LTV 완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청년들은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규제하는 DSR 제한으로 LTV 80%를 적용받는 사례가 많지 않을 거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을 받는 30대 1인 가구 직장인이 5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가정하면 DSR로 인한 제약이 뚜렷이 드러난다. LTV 완화 효과로 서울 아파트 구매시 4억원까지 20년 간 연 이자 5%로 대출받는다면 월 상환금액은 약 264만원이다. 하지만 은행권 DSR 40%가 적용돼 월급에 해당하는 355만원 중 142만원이 최대 원리금 상환액이다. LTV 기준 대출 가능액의 절반인 약 2억원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출 기간을 40년으로 늘려도 4억원 대출 기준 월 상환액은 193만원이어서 DSR을 맞출 수 없다. 대출금을 3억원으로 줄여야 겨우 조건을 충족한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초장기 상품인 50년 대출을 받아도 4억원 대출은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DSR에 미래소득 반영을 확대한다는 계획의 실효성도 의문이 제기된다. 은행들이 불확실한 청년의 미래소득을 고려하는 것을 꺼리는 상황에서 이를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뚜렷하지 않아서다.
정부는 "작년 7월부터 DSR 산정시 미래소득을 반영할 수 있었지만 현장에서 사실상 미활용됐다"며 적극 활용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방법론은 빠져 있다. 관치금융식 강제 외 방안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래소득 반영 가이드라인을 개선하더라도 보수적인 은행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새 가이드라인이 시장에서 활용되더라도 DSR 완화 효과가 어느정도일지는 따져봐야 한다. 현재 소득의 한계를 완화해도 LTV 80%까지 적용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예외 없이 DSR을 적용하면서 LTV만 올리면 청년이나 저소득층은 대출이 어려울 수 있다"며 "공식적으로 DSR 완화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이 없고 이번 대책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데, 보증보험을 추가 가입하는 식의 보완 조치 정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서울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hwang@newspim.com |
◆ 구입여력 늘지만 금리 상승·부동산 조정 '부담'…"단기 시장만 매몰되면 안돼" 지적도
청년들의 주택 구입 여력이 늘어나더라도 시장에서 매수세로 연결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 조정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주택 구입 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월 넷째주부터 10주 간 하락세를 기록한 이후 4월부터 보합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고공행진을 하던 집값 상승이 멈추면서 상승을 전망하던 전문가들의 상당수가 최근 조정을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지난 26일 1.75%로 0.25%포인트(p) 오르며 작년 8월(0.50%) 대비 3.5배 늘었다.
권 교수는 "대출 금리가 6~7%에 이르는 최근 시장 흐름에서 빚을 내 집을 살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매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출 규제를 포함한 부동산 정책을 당장의 매수세에만 연관해서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실장은 "정책적으로 시장에 선택지를 주고 개인은 상황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옥석을 가르는 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단기 시장에만 매몰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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