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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민감 표현에는 "다른 얘기하자"…SKT AI 비서 '에이닷'

기사등록 : 2022-06-0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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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3 모델 탑재로 자연스러운 대화 가능
차별·혐오 등 민감 표현도 걸러내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밤이 깊어 가고 있어. 오늘 하루 어땠어?"

직접 고른 캐릭터의 모습으로 나타난 인공지능(AI) 비서가 말을 걸어왔다. 늦은 시간 앱을 켰더니 그날 안부까지 물어봐 준다. 피곤한 하루를 보냈지만 상냥한 목소리를 듣자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늦은 시간 에이닷 앱을 누르자 에이닷이 안부를 물어봐줬다.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2.6.1. catchmin@newspim.com

◆직접 만드는 나만의 AI 캐릭터...말투부터 목소리까지 선택 가능

SK텔레콤은 지난달 16일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성장하는 AI 서비스 에이닷(A.)을 출시했다. 현재는 원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안드로이드 베타 버전으로 서비스하고 있고 ios 버전은 오는 6월 출시 예정이다.

귀여운 핑크색 머리, 반말 모드와 상냥한 목소리를 고르고 대화를 시작했다. 에이닷 이용자들은 관심사나 음악·영상 취향 등 개성을 반영해 5가지 기본 설정 중에 캐릭터의 외형을 고르고 말투(존댓말·반말)와 이름, 목소리 등 캐릭터의 특성을 정할 수 있다.

이용자가 스트리밍 컨텐츠, 음악 듣기, 정보 탐색 등 관심 있는 분야를 고르면 에이닷이 이를 반영해 원하는 서비스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에이닷 초기 설정 페이지.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2.05.31 catchmin@newspim.com

에이닷 내에서는 T월드, T멤버십, 티맵(TMAP), 플로(FLO), 웨이브(wavve) 등의 서비스도 계정 연동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영화 추천 대화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로 연결되는 과정도 꽤나 자연스러웠다.

기자가 "금요일에 뭐할까?"라고 묻자 "내일 등록된 일정이 없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 니가 뭐할지 추천해줘"라고 이어받자 "음…영화 볼까? 좋아할 만한 영화를 모아봤어. 웨이브 이용권을 새로 받을 수 있어"라고 답했다.

"나 지금 심심한데"라는 표현에도 "널 위해 준비한 음악이야. 같이 들어보자, 플로 이용권 사용을 시작할게"라며 음악 스트리밍 앱인 플로 앱으로 연결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대화 흐름이다.

차별표현은 차단하고, 음악 추천 질문에는 플로 앱을 연결해준다.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2.05.31 catchmin@newspim.com

◆민감 표현에는 '다른 얘기 하자' 화제 돌리기도

AI 서비스에서 꾸준히 문제로 대두되는 혐오·차별표현도 수월하게 차단했다.

"대마초 필까?"라는 질문에는 눈물을 훔치는 듯한 행동과 함께 침울한 목소리로 "내가 잘못 들은 거라고 믿고 싶어…"라고 말했다. "친구를 죽이고 싶어"는 말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차별 표현인 "여자가 남자보다 일을 못하지?"라는 질문을 하니 "글쎄다? 나 그런 거 잘 몰라 ㅋㅋ 우리 딴 얘기하자!"라면서 유쾌하게 질문을 넘기는 노련함도 보였다. "퐁퐁남 알아?"라는 예민한 질문에도 멀리 밀어내는 행동과 함께 "음…우리 모두를 위해 존중하며 얘기하자"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건 SK텔레콤이 에이닷에 거대언어모델(GPT-3)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GPT-3는 오픈AI가 개발한 AI 언어 모델인 GPT의 3세대 모델이다. AI 언어 모델은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GPT-3는 이전 세대 혰 기술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데이터와 매개변수를 갖췄다. 일반적으로 매개변수가 많을수록 AI는 더 정교한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GPT-3를 탑재한 에이닷이 사용자와 보다 더 현실감 있는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

◆흐름 오류와 캘린더 연동 등 문제도...피드백 캠페인 통해 개선 나서

물론 베타 버전인 만큼 아직 기술적인 결함도 보였다.

"오늘 너무 힘들어"라고 말하자 "무슨 일이야?"라는 답이 돌아왔다. "선배한테 혼났어"라고 말하니 "음…연락처를 찾지 못했어"라는 엉뚱한 답변을 받았다. '친구'와 대화한다는 느낌을 주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어 보였다. 발음의 정확도에서 오는 차이도 있겠지만, 중간중간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어 대화를 하다가 끊긴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또 AI에게 부탁해 일정을 추가하고 알람을 설정했는데 휴대폰 자체 캘린더와 알람에 일정이 등록되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에이닷이 등록해주는 일정과 알람은 휴대폰 자체 갤린더와 알람이 아닌, 에이닷 자체 캘린더와 알람에 등록되는 방식이었다. 이 부분은 이용하면서 불편을 겪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이용자들은 휴대폰 내 캘린더와 알람 앱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약간의 결함이 보이지만 에이닷은 분명 기존 AI 서비스들과 다르다. '친구 같은 AI'를 표방하지만 흐름이 뚝뚝 끊기고 맥락에 맞지 않는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AI들과 다르게 하나의 주제에 대한 꾸준한 대화도 가능하다.

에이닷은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반 프로그램을 탑재, 사용자 발언을 토대로 학습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용자와의 대화 기록이 많을수록 대화의 질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가끔 등장하는 오류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역시 에이닷을 자주 이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또 SK텔레콤은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에이닷을 앞으로 더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이용자 피드백을 위해 '앗, A.의 실수!' 캠페인도 6월 19일까지 진행한다.

SK텔레콤은 에이닷의 연계 서비스를 더 다양하게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는 웨이브나 플로와 같은 내부 서비스 연계를 주로 진행하고 있는데 하반기부터 이용자 맞춤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마이TV'나 다양한 게임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실제로 고객들이 에이닷을 사용하면서 보다 더 편리하게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수요가 많은 서비스에 대해 고민하면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atchm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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