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인플레이션에 코스피 조정장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주당 가격이 100만원이 넘는 이른바 '황제주'가 모습을 감췄다. 일부 종목들은 지난해 기록했던 고점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들의 개별 업황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LG화학에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등 '큰 손'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황제주' 이름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엔씨소프트는 전 거래일 대비 1.98%(9000원) 하락한 44만6000원에 거래 중이다. 엔씨소프트의 주당 가격은 지난해 2월 8일 기록했던 103만8000원에서 57% 깎여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 하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30% 급증한 24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통화 긴축 움직임과 이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엔씨소프트 CI. [사진 =엔씨소프트] |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신작 출시가 필수인 상황에서 엔씨소프트가 4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신작 'TL'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라는 점은 우려 요소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10개 이상의 모바일 MMORPG가 구글 플레이 매출 5위 이내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시장 포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에서 주당 가격이 가장 높은 섬유산업 업체 태광산업의 주가는 전날보다 0.62%(6000원) 하락한 96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록했던 고점(130만원)보다 26% 가까이 하락했다. 태광산업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유일하게 황제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중순 이후 100만원 밑으로 내려왔고, 이날까지 90만원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태광산업의 주가 부진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금융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행사를 제한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6일 흥국생명과 흥국증권 등 태광그룹 금융 계열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 이 전 회장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통지했다.
LG생활건강은 전날보다 1.23%(9000원) 하락한 72만50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해 7월 찍었던 고점(177만원)보다 59% 낮아 엔씨소프트와 마찬가지로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핵심 매출 발생지인 중국이 코로나19로 봉쇄 조치를 강화하면서 영업환경이 악화됐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며, 중국 내 화장품 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바짝 뒤쫓고 있다는 점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수출 지역을 확대하는 등 시장 다변화가 필수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 업체들의 미국 및 일본으로의 수출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나, 중국 의존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중국 부진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LG생활건강 CI [사진=LG생활건강] |
이 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6%(9000원) 하락한 83만8000원에서 거래되면서 지난해 8월 기록했던 101만2000원 17% 넘게 떨어졌고, LG화학은 0.68%(4000원) 하락한 58만9000원으로 지난해 2월 기록했던 102만8000원보다 42% 넘게 하락했다. 다만,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매수하고 있고, LG화학에도 지난달 19일부터 31일까지 9거래일 연속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들어와 반등 가능성이 언급된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위험회피 가능성과 올해 2분기 및 연간 실적 모멘텀, 120주 이동평균 대비 현재 주가 등을 보면 반도체, 2차전지 등의 주가 회복이 기대된다"며 추천 종목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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