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일 도로 점검시위를 재개했다. 지난달 23일을 마지막으로 시위를 벌인 지 열흘 만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 전장연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8시 서울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권리예산을 촉구하는 삭발식을 진행한 뒤 지하철을 타고 4호선 회현역으로 이동했다.
회현역 승강장에서 출근길 선전전을 벌인 전장연은 지상으로 나와 발달·중증 장애인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시의회를 향해 도로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남대문시장을 지나 숭례문 오거리 흥국생명빌딩 앞 횡단보도를 6분간 점거한 채 장애인 권리예산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박경석 대표는 "가족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거주 시설로 입소했다는 장애인이 50%나 되고, 당장 시설에서 나오겠다는 장애인이 30%를 넘는다"면서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24시간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 노동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전장연은 세종대로를 따라 서울시의회 방향으로 행진했다. 이어 오전 9시 30분 서울시의회 앞 횡단보도에서 행진을 멈추고 발언을 다시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2개 차로를 통제했고 일대 교통은 혼잡해졌다. 차에 타고 있던 일부 시민들은 경적을 울리며 항의했고 한 버스기사는 전장연을 향해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소리를 질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2일 서울 4호선 회현역에서 서울시의회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2022.06.02 leehs@newspim.com |
경찰은 "도로 점거는 불법 행위"라며 경고 방송을 하면 자진 해산을 요청했지만 강제 해산시키진 않았다. 박 대표는 "합법적으로 신고한 행진"이라며 "점검 시간의 불법성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20여 분간 도로점거를 한 이들은 서울시의회 앞에 차려진 발달·중증 장애인 분향소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가족에게 죽임을 당한 발달·중증 장애인들에 대한 참사를 사회가 반드시 알아야 한다"며 "사망한 장애인들의 49재 날인 7월10일까지 오늘처럼 행진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지방선거 당선으로 4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선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관련 조례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박 대표는 "오세훈 시장님 서울시에서 발달 장애인이 죽임당하지 않게 해달라"며 "당선이 확정된 만큼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약속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대선도 끝나고 지선도 끝나고 이제 책임질 시간"이라며 "장애인도 이동하고 싶고 교육받고 싶고 노동의 기회를 가지면서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 더이상 우리를 사회에서 배제하고 격리하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권리 4대 법률(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특수교육법) 제·개정과 장애인 권리예산의 내년도 본예산 반영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중 핵심 요구안인 장애인 권리예산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예산이다.
전장연은 "많은 국회의원들이 추가경정예산안에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했으나 기재부는 추경 목적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했다"며 "기재부의 실링(ceiling·다음해 예산 가이드 라인을 정하는 작업) 없이는 내년도 장애인 권리예산 편성은 공염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제대로 된 예산없이는 장애인의 기본권 보장은 불가능하다"며 "윤석열 정부가 자유를 강조한 만큼 장애인이 21년간 누리지 못한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내년도 장애인 권리예산 편성으로 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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