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정권 교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정부에선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각계 부처에서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반도체 업계에선 반도체 산업에 관심을 보이는 정부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한편으론 투자를 위한 규제완화, 반도체 인력 문제 등에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다.
◆늦어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민원 눈치에 연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될 처인구 원삼면 일대. [사진=용인시청] |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사업 시행사인 용인일반산업단지㈜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착공계'를 용인시에 제출하며 착공에 돌입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정부가 조성하는 반도체 산업단지로, 이곳에선 반도체 생산은 물론 소재·부품·장비 등 후방산업까지 아우른다. 선도 기업으론 SK하이닉스가 참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윤 대통령은 조만간 있을 반도체클러스터 착공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 관계자는 "반도체클러스터는 이미 착공에 돌입했고, 단지 착공식만 없었던 것"이라며 "대통령이 반도체 쪽에 관심이 많아 착공식은 대통령실에서 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클러스터는 2019년 2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자체 인허가와 토지보상, 민원 등의 문제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어왔다. 착공계가 제출된 이후에도 인근 주민들의 민원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 인허가를 받으려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라 굉장히 많은 시간이 지체됐다"면서 "정부에선 민원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조정에 나서기 보단 눈치를 보기 때문에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반도체클러스터 착공시 시작됐지만, 업계에선 SK하이닉스 공장 착공은 2025년에나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투자 하세월...기업들, 투자하고싶어도 못 해
문제는 반도체클러스터 사례와 같이 정부의 인허가가 늦어지고 민원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적기에 투자해야 할 반도체 기업들이 제 때 투자하지 못해 투자 시점을 놓쳐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1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 역시 지난달 향후 5년간 450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고, 이 중 반도체 분야에만 200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 총 6개의 반도체 팹을 추진하고 있는데, 1공장(P1)과 2공장(P2)은 가동 중이며 3공장(P3)은 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다. 4공장(P4) 기초 공사도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5공장(P5)과 6공장(P6)도 지을 예정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제공=삼성전자] |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대만의 TSMC가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에 비해 우리 기업들은 투자계획을 발표해도 실제론 늦게 투자한다"면서 "반도체는 적기에 투자하는 것이 아주 중요해, 정부에서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빨리 투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인력난 해소, 주52시간 한시적 제외"
현 정부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반도체 인재 육성 역시 업계에선 예의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10년간 반도체 인력이 3만명 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 등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 같은 대안에 대해 업계는 인재 확보를 위한 추가적 비용지출, 지금 당장 인력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 등을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반도체학과 정원을 풀어줘도 입학한 학생들이 현장에 뛰어들 수 있는 시점은 4년 후"라면서 "당장 인력이 필요하고, 정원을 늘려줘 인재를 추가적으로 확대해 봤자 필요 인력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에 당장 반도체 인력 수급의 대안으로 주목되는 것은 반도체 인력에 대해 한시적으로 주 52시간 근무 법 규제를 푸는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대학 정원 확대로 인력을 수급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 기존 인력이 더 많은 일을 하면 된다"면서 "대학 정원 확대로 인력이 나올 때까지 만이라도 첨단 전략 산업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를 한시적으로 푸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반도체 인재확보를 위해 단순히 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연구 인프라 투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종환 교수는 "대학 정원만 늘린다고 될 것이 아니라, 대학 내에서 시설투자도 하고 교수 급을 포함해 연구 인력 수급도 이뤄져야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을 받고 졸업해 바로 기업에서 일할 수 있다"면서 "현재 대학 연구 결과를 기업에 적용하기 쉽지 않은데, 반도체 산학연계를 더욱 긴밀하게 가져갈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