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검찰이 선처를 받자마자 기부를 중단하거나 실형을 면하고자 청첩장을 조작하는 등 범죄자들의 '꼼수 감형' 시도에 엄정 대응한다.
대검찰청은 최근 성범죄자를 중심으로 꼼수 감형을 시도하는 사례가 빈발해 일선 청에 관련 대책을 지시했다고 20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2.05.03 pangbin@newspim.com |
범죄자들의 꼼수 감형 시도 사례로는 피해자를 협박해 합의서를 받아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2020년 길에서 처음 본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 강간을 시도한 20대 피의자는 수사 과정에서 합의서를 제출했다.
검사는 '동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합의서 내용과 정황에 의문을 가졌고, 추가 수사 결과 피의자가 어리숙한 피해자로부터 허위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만 하게 한 사실을 밝혀내 구속기소했다. 이 피의자는 지난 2021년 광주고등법원에서 징역 2년 6월을 확정받았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피의자 또한 추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협박해 합의서를 받아낸 사실이 드러났다. 공판 검사는 합의서의 진정성을 의심했고, 추가 수사에서 협박 사실을 밝혀내 보복 협박 등 혐의로 원 사건과 병합해 기소했다.
2019년에는 아내를 때린 40대 가정폭력 사범이 합의서를 위조했다가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로 추가 기소된 바 있다.
2015년 지하철에서 여성들의 치마 속을 3회에 걸쳐 몰래 촬영해 기소된 30대 남성(공무원)은 성폭력 상담소 정기 후원금 약정 등으로 선고유예의 선처를 받았으나 판결 확정 직후 후원을 중단했다.
선처 이후인 2019년 해당 남성은 또다시 여자화장실에서 4회에 걸쳐 몰래 촬영하는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이 같은 꼼수 감형 시도를 막고자 수사와 재판을 받는 성범죄자들이 제출한 합의서, 재직·기부증명서, 진단서, 치료 확인서, 성범죄 예방교육 이수증 등 양형자료의 위조·진위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또 거짓 양형자료를 만든 행위가 문서 위·변조죄와 증거 위·변조죄 등 범죄에 해당할 경우 원 사건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이후라도 파생 범죄에 대해 끝까지 수사해 처벌하기로 했다.
더불어 대법원 양형 기준상 감형 인자로 볼 수 없는 성범죄자의 개인 사정을 감형 사유에서 배제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양형 기준의 가중 인자로 추가하도록 법원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최재아 대검찰청 양형정책관은 "결혼으로 인한 가족 부양을 이유로 선처를 받기 위해 청첩장을 위조해 제출하는 범죄자들이 있다"며 "청첩장은 법리상 문서 위조죄 성립이 불가능해 처분에 한계가 있어 일선 청에 위조 여부를 면밀히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자들이 감형을 위해 헌혈 증명서를 내는 경우 반성을 입증하기 위한 서류로 맞바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어 정황 등을 조금 더 잘 들여다보자는 내용도 업무 지시에 포함했다"고 전했다.
대검은 성범죄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서 그에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부당한 감형 자료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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