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추징금 집행 대상자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재산을 고의로 숨기거나 양도한 사실을 알았다면 1년 내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국가가 A씨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각하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각하란 소송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것이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A씨의 배우자인 B씨는 2018년 11월 A씨에게 자신 소유의 부산시 한 아파트를 증여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줬다. 이후 B씨는 관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9년 1월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1억4200만여원을 선고받았다.
국가는 B씨의 추징금 채권을 집행하기 위해 B씨가 A씨에게 증여한 부동산의 구입자금 및 소유관계를 확인한 뒤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해당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추징보전명령을 내렸다.
이후 B씨는 2019년 5월 유죄 판결이 확정됐고 국가는 이듬해 2월 A씨를 상대로 증여계약을 취소하고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B씨는 무자력인 상태에서 관세법위반죄로 인한 추징금 채권의 집행을 회피할 목적으로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A씨에게 증여했다"며 채무자가 고의로 재산을 숨기거나 타인에게 양도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국가는 늦어도 이 사건 추징보전결정이 있을 무렵인 2019년 2월 15일 B씨가 A씨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증여해 추징금 채권의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1년의 제척기간이 도과된 이후인 2020년 2월 24일 제기됐으므로 부적법하다"며 각하 판결했다.
민법 제406조 제2항에 따르면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안 날로부터 1년 내에 제기해야 한다.
국가는 B씨에 대한 유죄판결 확정시로부터 9개월 후 추징금 채권 집행을 위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해 단기 제척기간을 도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은 "단기 제척기간의 기산일 역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성립하는 시점과 관계없이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이라고 봐야 한다"며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피고인에 대해 추징을 명한 형사판결이 확정됨으로써 비로소 현실적으로 성립하게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추징금 채권은 유죄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성립하지만 추징금 채권이 성립되기 이전에도 사해행위를 알았다고 판단되는 시점부터는 단기 제척기간이 적용된다는 취지다.
다만 대법은 추징보전명령 결정일이 아닌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한 2019년 1월 28일 무렵부터 단기 제척기간이 기산된다며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부적법하다는 결론을 유지했다.
이어 "원심 판시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고 채권자취소권의 단기 제척기간의 기산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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