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국내 경제학계의 거목이자 민선1기 서울시장, 초대 한나라당 총재 등을 역임한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별세했다.
서울 아산병원은 최근 입원치료를 받아왔던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23일 오전 3시 38분 향년 94세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 [사진=뉴스핌 DB] |
1928년 강원도에서 태어난 조 전 부총리는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를 졸업했으며 6·25 한국전쟁에서는 육군 통역 장교와 육군사관학교 교관 등으로 복무했다. 종전 후 미국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1968년부터 1988년까지 20년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특히 케인즈 경제학 전문가로 꼽히며 국내 경제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1974년 국내 최초의 경제학 교과서로 출간한 '경제학원론'은 지금도 경제학 최고의 저서로 꼽힌다. 교수 시절 수많은 업적과 제자를 남기며 이른바 '조순학파'를 구축했으며 '한국의 케이즈'로도 불린다.
육국사관학교 시절 맺은 인연을 통해 1988년 노태우 정부에 입각, 부총리를 역임하고 1992년에는 한국은행 총재에 임명됐지만 정부와의 갈등으로 1년여만에 사표를 내기도 했다.
이후 아태평화재단에서 인연을 맺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민주당에 입당,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되며 '민선1기' 서울시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취임 전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해 사고 현장에서 취임식을 진행한 일화가 유명하다.
첫 민선시장에 걸맞게 상당수 정책을 시민중심으로 전환하고 시정운영 3개년 계획과 부분별 중장기 계획을 처음으로 수립해 추진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교훈삼아 당산철교 재시공 등 각종 도시시설문의 안점점검과 보수도 추진했다. 전국 최초로 시민복지 5개년 계획을 수립한 점도 주요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15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1997년 시장직을 그만두고 통합민주당 후보로 대권에 도전했으나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와의 단일화로 대선에는 나가지 않았다. 이후 초대 한나라당 총재를 맡았으며 1998년에는 강원 강릉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 국회에 입성했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내 갈등이 심화되자 공천을 반납한 후 민주국민당을 창당했지만 선거에서 참패하며 정계를 은퇴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국민경제자문회희 부의장직을 맡기도 했으나 다른 특별한 관료나 정계활동 없이 경제학자로서 학문에 매진했다.
94세의 일기로 별세한 조 전 부총리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5일 오전, 장지는 강릉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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