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우윳빛깔 이재명! 사랑해요 이재명!"
현장에서 만난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층, 이른바 개딸(개혁의딸)들의 손에는 저마다 아이돌 공연장에서나 볼 법한 응원 도구가 들려 있었다. 기자의 또래로 보이는 2030 여성들이 운집한 그곳에서 이 의원은 그들과 셀카를 찍어주고, 본인 저서에 사인을 해주는 등 팬 서비스에 몰두하고 있었다.
'팬덤정치'. 지난 3·9 대선부터 6·1 지방선거까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입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 중 하나다. 정치계 대표 팬덤으로 부상한 '개딸', '양아들'은 선거판에서 특히 그 위력을 드러냈다. 이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언어폭력, 좌표찍기, 문자폭탄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정치부 박서영 기자 = 2022.06.23 seo00@newspim.com |
일례로, 이재명 책임론을 거론한 홍영표 민주당 의원의 경우 한동안 개딸의 표적이 돼 지역구 사무실에 조롱성 대자보가 붙는 등 홍역을 앓았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짤짤이' 발언으로 6개월 당원 자격정지 징계 판결을 받자 개딸은 확인을 거치지 않은 윤리심판원 소속 명단을 공개하면서 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같은 과열된 팬덤정치 양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최강욱 의원 처분을 계기로 민주당도 팬덤정치와 결별하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며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폭력적 팬덤이 흔들어대는 당으로는 다음 총선도, 대선도 이길 길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다.
우려의 목소리는 민주당 내부서도 줄줄이 흘러나왔다. 민주당 재선의원들은 "배타적 팬덤정치와 결별해야 한다"고 입장문을 공식 발표했고,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적 분열의 언어는 엄격히 금지하겠다"며 잇따른 강성 팬덤 행보를 정조준했다.
몇몇 지도부, 혹은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곤 있다지만 과연 팬덤과 정치의 이별이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팬덤과 정치가 '진짜' 결별하려면 정치가 먼저 과감히 그 손을 놓아야 한다. 소수의 반성과 성찰만으론 불가능하단 의미다. '개아빠'를 자처하며 자신의 팬덤과 스킨십을 늘려갈 것이 아니라, 올바른 공론장에서 이들 간의 건전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게끔 머리를 맞대야 한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신념정치에만 매몰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강경론이 때로는 계파 정서를 자극해 갈등으로 이어지게 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와 팬덤은 건강하게 이별할 수 있다. 이 나라 국민이 더 이상 팬이 아닌 유권자로, 사랑이 아닌 이성으로, 분열이 아닌 통합의 눈으로 정치를 바라볼 수 있게끔 길을 닦아내는 게 바로 오늘날 공당이 지닌 숙명임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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