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오른 962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인상 근거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각 기관들이 분석한 올해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더하고 취업자증가율 전망치를 뺐다는 설명인데, 27명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이 모여 두 달여간 머리를 맞댄 결과치고는 너무나 간단한 산식이다.
정부 설명대로 각 기관의 예측치를 근거로 내후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전망해보면 또다시 5% 내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5% 인상률을 가정했을때 2024년 최저임금 1만원 돌파가 유력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노동계가 요구했던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마침내 열리는 것이다.
◆ 최저임금 5% 인상한 9620원…성장률·물가 '더하고' 취업자증가율 '빼고'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 결정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160원)보다 5.0%(46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인상률은 지난해(5.05%)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저임금위는 전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자정 직전 공익위원이 낸 단일안인 시급 9620원을 표결에 부쳤다. 재적위원 27명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공익위원 단일안에 반발해 즉시 회의실을 떠나 표결을 위한 재적위원에서 제외됐다. 사용자위원 9명도 표결 직전 자리를 떠났지만, 재적위원에는 포함하는 대신 기권 처리했다. 표결 결과는 출석 23명에 찬성 12명, 반대 1명, 기권 10명이다.
최저임금위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근거로 삼은 산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3개 기관이 분석한 2022년 경제전망치 평균을 활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7%)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4.5%)를 더하고, 올해 취업자증가율 전망치(2.2%)를 뺐다.
공익위원들은 내년 최저임금 결정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최저임금 인상 근거를 설명했다. 결론은 지난해와 같은 산식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각 기관이 분석한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4.0%, 1.8%이며, 취업자증가율 전망치는 0.7%다.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뒤 취업자증가율을 빼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인 5.1%가 나온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적정 임금을 산출하는 공식인데, 작년에도 똑같은 산식을 똑같은 기준으로 적용해 공익위원안을 제출했다"면서 "경기회복 기대감과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에 따른 중국의 봉쇄 등 여러가지 변수들도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기관의 2022년 경제전망치 [자료=고용노동부] 2022.06.30 jsh@newspim.com |
◆ 내년 5% 인상시 1만100원…2024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열릴듯
최저임금위가 설명하는 산식을 기준으로 2024년 최저임금을 전망해보면 1만원 돌파가 유력하다.
정부가 이달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내년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2023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추산해보면 5% 내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내년 실질GDP 성장률을 2.5%,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0%로 전망했다.
취업자는 15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증가율로 따져보면 1% 미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최저임금 9620원을 기준으로 5% 상승률을 보인다면, 2024년 최저임금은 1만100원으로 1만원을 넘는다. 노동계 바람인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 5년간의 최저임금 상승률을 예측해볼 수도 있다.
현재 세계경제가 조정국면에 있는데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코로나19 변이 확산과 같은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당분간은 경제성장률 둔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3.0%대 이상 고물가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생산 가능인구 감소 등에 따라 취업자 증가폭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최저임금이 5%대 상승률로 꾸준히 인상된다면 윤석열 정부 마지막 해인 2027년에는 약 1만1690원까지 올라간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당분간은 고물가 상황이 유지될 것이고, 기업들이 채용과 투자를 줄이면서 장기 경기 침체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경기 후퇴 압력이 더해져 올해 5%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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