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자치경찰제가 출범 1년 만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분산하고 지방분권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자치경찰제는 수사권 조정을 통해 권한이 커진 경찰의 권력 분산을 위해 지난해 7월 1일 도입됐다. 경찰의 지휘·감독권을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나눠 갖고 지자체장의 권한과 책임 하에 해당 지역에서 생활안전 등 치안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정부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완전히 분리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자치경찰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예산 문제로 국가경찰 내에 자치사무를 두는 일원화 모델로 선회했다. 이 때문에 경찰들은 업무 성격에 따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를 모두 받는다.
국가경찰 업무는 경찰청장이, 수사경찰 업무는 국가수사본부장이, 자치경찰 업무는 시·도지사 소속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한다. 한 조직에서 세가지 지휘체계를 받는 구조 때문에 일선 경찰 입장에선 이중·삼중으로 보고하는 비효율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 장하연 서울경찰청장, 김학배 자치경찰위원장 등 인사들이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서울경찰청 제1서경마루에서 열린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출범식에 참석, 출범 퍼포먼스를 갖고 있다. 2021.07.02 yooksa@newspim.com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전국 17개 광역시도 생활안전 사무 담당 경찰관 1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2%가 '이중보고 및 행정력 낭비'를 자치경찰제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31.4%는 '자치단체 업무의 떠넘기기식 이관'을, 20.4%는 '업무 부담 가중'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인사와 예산권이 뒷받침되지 않아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별도의 인력과 조직을 갖춘 이원화가 아닌 일원화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치경찰 인사는 국가경찰에 종속돼 있다. 예산 역시 국고보조금 형태로 지원돼 재정 규모가 작은 지역은 예산 부족으로 치안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한 자치경찰위원장은 "내년부터는 자치경찰 예산 전액은 시도비로 충단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이 넉넉하지 못한 지역은 신규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추진을 못할 수 있다"며 "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역 주민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동네에 현수막 하나 거는 것도 일"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자치경찰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행정안전부는 자치경찰 이원화 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앙경찰(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사실상 오버랩되는 상황인데 결국 이완화로 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원화로 가야 한다고 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6.28 yooksa@newspim.com |
그러나 행안부가 추진하는 경찰국에서 자치경찰제가 어떤 형태로 바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이달 안으로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찰국 규모는 국가경찰위 안건 검토와 고위직 인사제청, 자치경찰제 지원 업무를 각각 다룰 3개 부서(총 20명 내외) 정도로 논의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국이 어떻게 신설되고 운용될지 모르지만 이미 출범해 있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서도 이제는 이원화로 가야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자치경찰을 새로 창설하거나 이미 이원화로 운영 중이 제주처럼 시도별 형태로 자치경찰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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