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 대로 올라섰다.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이러한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향후 물가상승률이 7~8%로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달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도 줄줄이 인상을 앞두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 물가상승률이 6.8%를 기록한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대부분 품목들이 골고루 오른 가운데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둘의 기여도는 각각 3.24%p, 1.78%p로 두 품목을 합치면 5.02%에 달한다. 두 품목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6.0%)에 미친 영향이 83.6%가 넘는다는 뜻이다.
특히 등유(72.1%), 경유(50.7%), 휘발유(31.4%), 자동차용 LPG(29.1%) 등 모든 석유류 제품 가격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급등세가 지난달 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모양새다. 석유류 가격과 직결된 기능성화장품(16.1%)과 빵(9.2%) 등 가공식품 가격도 덩달아 급등한 모습을 보였다.
원재료비가 상승하면서 생선회(10.4%), 치킨(11.0%) 등 외식 가격도 크게 올랐다. 외식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올랐는데 이는 1992년 10월(8.8%)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외부활동이 늘어나면서 외식 외 품목들도 대면업종 중심으로 상승세가 확대됐다.
농축수산물 가격도 4.8% 상승하면서 지난달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가뭄으로 인한 작황 부진과 국제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사료가격 상승, 환율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감자(37.8%), 배추(35.5), 포도(21.4%), 수입쇠고기(27.2%), 수박(22.25)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지난 4~5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인상되면서 전기·가스·수도 가격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올랐다. 전기료(11.0%), 도시가스(11.0%), 상수도료(3.7%) 등이 고루 올랐다.
다만 공공요금의 기여도는 0.3%p로 전체적인 물가상승률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 "공공요금이 (전체 물가상승률에)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은데 그 자체가 흐름을 좌우하는 요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고돼있다는 점이다. 이달부터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h)당 5원, 가스요금은 메가줄(MJ)당 1.11원 상승해 4인가구 기준 월 1535원 가량의 추가 부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어 심의관은 "기본적으로 인상 요인이 있고 하방요인은 불확실하다"며 "지금 추세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4.7%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7~8%로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매우 빠른 점을 고려하면 8% 대 물가상승률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게 통계청 측 설명이다. 어 심의관은 "전월대비 물가상승률이 0.67%인데 이를 열두달 내내 반복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율로 8.2% 상승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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