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지난달 2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국내은행장과의 간담회 이후 보름 만에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긴축 여파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연 8%를 뚫는 건 시간문제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파격 금리인하' 행보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금리 인상기 취약 차주 프로그램'을 통해 주담대 금리가 6월 말 기준 연 5%를 초과하는 대출자의 경우 다른 조건 없이 금리를 연 5%로 1년간 일괄 감면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주담대 금리가 연 6%인 대출자의 경우 1년간 연 5%만 부담하고, 나머지 1%는 은행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에선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간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조정하거나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낮추긴 했지만, 신용도 평가 등 별다른 조건 없이 금리를 일괄적으로 깎아주는 건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6.20 yooksa@newspim.com |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하 조치를 무기한 연장했고, 우리은행은 우대금리를 확대 적용해 한때 연 7%를 넘어섰던 고정형 주담대 최고 금리를 연 5%대로 낮췄다.
신한은행의 이 같은 조치는 이 원장이 지난 간담회에서 "예대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인하 압박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이 원장은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 등에 대해 금리조정 폭과 속도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했다.
가산금리 조정 혹은 우대금리 확대를 통한 대출금리 인하 조치는 은행권에 대출금리 상한 방식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금리인하 뿐 아니라 중도상환 수수료 감면, 금리인하 요구권 활성화도 이어질 전망이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 역시 금리 상승기에 취약 차주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어려운 시기에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권에선 금리상승기에 은행들이 고통 분담에 나서며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건 평가할 만하지만 그 이면에 관치금융을 넘어 금융권 사정정국에 대한 우려도 섞여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고통을 은행이 분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엔 공감한다"면서도 "일각에선 관치금융 뿐 아니라 사정금융이란 신조어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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