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 금융 당국의 이례적 행보에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유동성 공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통화기조의 긴축 전환 신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6일 역레포(역환매조건부 채권) 거래를 통해 7일물 30억 위안(약 5840억 원, 금리 2.10%)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다만 이날 1000억 위안 규모의 역레포가 만기를 맞이한 것을 고려할 때 실제로는 970억 위안의 유동성을 흡수한 셈이다.
인민은행은 전날인 5일과 4일에도 7일물 역레포 거래를 통해 각각 30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러나 5일과 4일 만기 도래한 역레포 물량이 각각 1100억 위안, 1000억 위안에 달하면서 사실상 유동성을 각각 1070억 위안, 970억 위안씩 거둬들였다.
이로써 이번주 3거래일 동안 인민은행이 흡수한 유동성은 3010억 위안에 달한다.
[사진=바이두(百度)] |
인민은행은 6월 말 대량의 유동성을 순투입하면서 시중 자금의 안정을 꾀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유동성 흡수에 더 치중한 모습이다. 중앙은행이 역레포 거래를 통해 유동성을 흡수하거나 공급하는 것은 상시적인 조치지만 시장의 관심을 키운 것은 역레포 거래 규모가 보기 드물게 축소됐다는 점이다.
중국 금융 정보 플랫폼 윈드(Wind) 자료에 따르면 역레포 거래 규모가 100억 위안 미만이었던 거래일은 2010년 이후 현재까지 19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역레포 거래 규모가 4, 5일처럼 30억 위안까지 줄어든 것은 2021년 초 이후 1년 여 만이라고 21스지징지바오다오(21世紀經濟報道)는 전했다.
◆ 완화에서 긴축으로의 전환 시그널?
시장은 정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역레포 규모가 100억 위안 아래로 축소되는 것이 완화에서 긴축으로의 전환 '시그널'이었다는 것이다.
난화(南華)선물 채권 전문 애널리스트 가오샹(高翔)은 "역레포 규모 축소는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는 만큼 시장이 주목할 만 하다"며 "역레포 거래 규모가 100억 위안 밑으로 축소됐던 2021년의 자금시장 상황이 현재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기자금 시장금리, 특히 은행간 오버나잇(익일물) 레포 금리가 정책금리(역레포 금리)를 밑돌고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레포 금리는 시중 유동성이 충분할 때 하락했다가 유동성이 적을 때 상승한다. 최근 레포 금리는 이달 5일 7일물 기준 1.5703%를 기록했다. 중앙은행의 7일물 역레포 금리 보다는 한참 낮은 것으로 중앙은행이 시중 유동성이 과하게 공급돼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다.
광다(光大)은행 금융시장부 거시 전문 연구원 저우마오화(周茂華)는 "역레포 규모 축소는 시장금리가 정책금리와 비슷해질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인민은행이 앞서 유동성을 순 공급한 것은 하반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유동성을 지키기 위함이었지만 하반기에 진입하면서 금융기관의 자금방출(대출 확대 등) 수요가 더 커짐에 따라 시중금리가 빠르게 하락, 시중금리와 정책금리 간 괴리가 커졌다. 이는 시중 단기 유동성이 과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의 유연한 공개시장조작은 유동성의 합리적 수준을 확보하고 시중금리를 정책금리 인근에서 움직이게 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저상(折商)증권 수석 애널리스트 가오위(高宇)는 "시장금리가 정책금리보다 낮게 유지될 경우 중앙은행의 통제력이 약화하고 채권시장의 레버리지율이 높아질 수 있다"며 "역레포 거래 규모를 축소함으로써 시장금리와 정책금리 간 차이를 좁히면 중앙은행이 통제력을 회복하고 금융 리스크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즉 시중 금융기관의 자금조달비용인 은행간 레포 금리가 정책금리인 역레포 금리를 기준으로 아래 위 양방으로 움직이지 않고 하락하기만 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통제력 약화 및 채권시장의 레버리지 확대 같은 금융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중앙은행이 유동성 흡수를 통한 시중금리 인상 유도에 나섰다는 것이다.
[사진=셔터스톡] |
◆ "완화 기조 상당 기간 더 유지돼야"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역레포 규모를 축소한 것이 향후 유동성을 보다 신중하게 관리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그러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급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 회복 및 신용대출 수요 회복이 아직 초기에 있는 만큼 통화완화 기조가 상당 기간 더 유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 수석 애널리스트 탄한(譚漢)은 "실업률이나 사회융자,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핵심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될 때까지 중앙은행은 유동성을 충분하게 유지하고자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경기 회복기 중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대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타이(華泰)증권은 "역레포 거래 규모가 30억 위안으로 축소된 것이 긴축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지금의 경제 펀더멘털이나 신용 상황에서는 유동성을 일방적으로 축소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줄어든 유동성이 시중금리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반기 경제 상황이 상반기보다 나아진다고 해도 여전히 정책 차원의 완화한 금융환경이 뒷받침 돼야 하고 이것이 시중금리 인상 폭을 제한할 것으로 점쳐진다.
둥팡진청(東方金城) 수석 애널리스트 왕칭(王靑)은 "100억 위안 이하 규모의 역레포 거래 기간이 얼마나 지속되는가에 따라 시중금리가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