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정부가 실질적으로 통신비를 인하해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자 한다면 새 요금제 출시보단 현재 이용하고 있는 요금제에 대한 할인 방안을 고민하는 게 맞죠. 민심을 잡기 위해, 정책상 뭔가 보여주기 위해서 요금제를 세분화하려는 것 같지만 현업에서 보자면 실질적으로 그 구간에 대한 수요는 적으니까요."
이지민 산업부 기자 |
한 업계 관계자의 이 같은 발언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정부가 내놓겠다고 한 5세대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가 출시되면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사가 지금도 쏟아지고 있는데, 수요가 적다는 얘기는 제법 신선하게 다가왔다.
정부는 지난 5월 말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와 5G 활성화를 위해 올해 3분기부터 20~100메가바이트(MB) 구간의 데이터량을 제공하는 5G 중간요금제 도입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통3사 역시 정부의 제안에 해당 요금제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정책에서 소비자 생활의 실질적 안정에 대한 깊은 고민은 찾을 수 없다. 단순히 소비자 선택권을 늘려주는 것만으로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현실적으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며 데이터를 맘껏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통신 요금을 조금 줄이겠다고 중간요금제로 넘어갈 가능성은 적다. 반대로 20MB 이하의 요금제를 사용하던 소비자들 역시 중간요금제가 등장한다고 해서 선뜻 돈을 더 내고 요금제를 변경할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당초 공개한 정책을 번복하는 한이 있더라도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을 다시 고안해 제시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건 요금제 선택권 다양화보단 본인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요금제에 대한 인하 정책이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빠르게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물론 정부 입장에선 어려운 고민일 수 있다. 이통3사의 요금제 구조에 '참견 아닌 참견'을 하며 요금제 인하를 제안해야 할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며 통신 부문에서도 새로운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지만 결국 제자리걸음"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도 이통3사의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건드리면서 통신비 인하를 제안하기엔 부담스러운 작업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통3사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통신비 전체 인하라는 카드를 꺼내들 때다. 물가 상승의 영향을 받아 덩달아 오르고 있는 통신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로선 요금 명세서에 찍힌 금액을 낮춰주는 방식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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