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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학생들 "청소노동자 처우, 학교가 책임져야"…학생 vs 학교 갈등

기사등록 : 2022-07-0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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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생들, 학교 책임 촉구 기자회견
노조 측 "학생들 아닌 학교가 나서야"
연세대 "타 대학과 얽혀 있어 독자적 해결 어려워"

[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최근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학내에서 시위를 벌이자 재학생 3명이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학생들은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며 비판했다. 학교 내 학생 간 갈등에서 학교 대 학생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연세대 학생들이 6일 오전 연세대 신촌캠퍼스 백양관 앞에서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며 원청 및 교육기관으로서 연세대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2.07.06 sona1@newspim.com

◆ "학습권 침해 당해" vs "학습권 보장은 학교의 몫"

연세대 학생들이 6일 오전 연세대 신촌캠퍼스 백양관 앞에서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며 원청 및 교육기관으로서 연세대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해슬(연세대 사회학과)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노동자의 요구를 묵살하고 학생에게 정의를 가르치지 않는 연세대학교를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운을 뗐다.

앞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소속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지난 3월부터 하루 1~2시간씩 교내에서 확성기를 틀고 학교 측에 ▲440원 임금 인상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했다.

이에 연세대 재학생 3명은 지난 4월 서울 마포경찰서에 소음으로 인해 학습권을 침해 당했다며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했다. 지난달에는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금 등을 명목으로 638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회의 소음이 컸던 건 사실이다', '수업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피해가 있었다면 고소할 만하다' 등의 재학생의 고소건을 옹호하는 반응도 나왔다.

반면 또 다른 연세대 학생들은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 학생들이 부끄럽다며 교내에 분노의 화살을 학교로 돌려 달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씨는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학교"라며 "문제를 수수방관하면서 노동자를 투쟁으로 이끄는 학교의 태도가 학습권 침해가 아니라면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교가 청소경비노동자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장찬(연세대 경제학과) 정의당 연세대 학생위원회 위원장은 "학교는 하청업체를 써서 노동자들을 간접 고용하고 노동권 문제가 터질 때마다 하청업체 탓만 하며 뒷짐졌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로 근무했던 김현옥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 분회장은 "퇴직자 자리에 인원 충원이 안돼 일하는 강도가 훨씬 세졌는데, 약 5개월간 점심시간에 집회를 했지만 바뀐 게 없다"며 "고소한 학생들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학교가 나서 해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분회장은 "시험이 끝난 뒤에는 전 조합원이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소음을 줄여달라고 해 앰프를 도서관 이외 방향으로 향하게하고 소리를 65㏈로 약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연세대 학생들이 6일 오전 연세대 신촌캠퍼스 백양관 앞에서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며 원청 및 교육기관으로서 연세대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2.07.06 sona1@newspim.com

◆ "학생 분열 아닌 '연대', 학교가 책임져야"

이날 학생들은 '노동자도, 학생도 모두 연세대의 구성원이다', '학생들은 연대한다 연세대는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거듭 외쳤다.

지난 2008년 당시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과정에 참여했다는 류하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도 학교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 변호사는 "노동조합이 없었던 2007년 재학생 시절 건물 휴게실을 돌아다니며 노동자들에게 노동법에 대해 설명하며 설득했다"며 "학교는 원청-하청 구조 뒤에 숨어서 노동자를 탄압할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학생들과 졸업생, 시민들이 참여한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표명한 지지서명은 3000명 가량 참여했다"며 "쟁점은 노동자들을 고소한 재학생 3명이 아닌 노동자와 연세대에 있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측은 학교가 손놓고 있다는 지적은 잘못됐다며 반박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교는 임금 동결을 선언한 적이 없고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도 인상 금액에 대해 수차례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측은 요구사항만 거듭 요구해왔다"며 "샤워실은 연세대에 충분히 설치돼있다"며 학교 측이 방관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학교는 시급 인상액을 내년도까지 2년간 210원을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며 "학교의 45개 건물 중 샤워실은 10개도 안된다.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샤워실은 중앙도서관과 학술정보원 두 군데 뿐"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원청-하청 구조 비판에 대해서는 구조적 문제도 얽혀있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13개 대학의 20여개 용역업체 및 산별노조와의 단체교섭에서 연세대만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적자가 나거나 샤워실 자체를 갖추기 어려운 타 대학들의 사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ona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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