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물가가 급등하며 한국경제에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사이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뜀박질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까지 고민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경기 부양 목적으로 재정 보따리를 더 푼다는 태세다. 정부가 돈을 풀면 풀수록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한은이 이번에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가 약 24년 만에 6%를 기록했고 6월 기대인플레이션도 4%를 찍었기 때문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로 상승하며 1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며 "물가 상방 압력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한은도 주요국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긴축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통상적인 형태의 인상보다 더 높게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며 빅스텝을 예상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찬회동에 앞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2.05.16 leehs@newspim.com |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높이려면 정부 재정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에 풀린 유동성 흡수 및 투자·소비를 억제하려고 할 때 정부가 돈을 풀면 빅스텝의 효과는 줄어들어서다.
현 흐름을 보면 빅스텝 효과는 반감되는 방향으로 가는 분위기이다.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속도를 높이기로 해서다. 지난 6일 대통령실, 정부,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첫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신속 집행키로 의견을 모았던 것.
고위 당정협의회 후 국민의힘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식품 분야 기발표 대책 집행을 가속화하겠다"며 "저소득층 지원금과 에너지바우처, 법인택시 버스기사 지원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2차 추경에 대해 신속하게 집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2차 추경까지 더한 정부 총지출은 679조5000억원으로 지난 4월까지 267조3000억원이 집행됐다. 4월까지 총지출 집행 진도율은 39.3%로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높다.
총지출에서 고용보험기금 등 각종 기금을 뺀 올해 정부 예산은 417조2000억원으로 지난 4월까지 174조2000억원이 집행됐다. 예산 집행률은 41.7%로 전년 동기 대비 2.3%포인트 높은 상황이다. 작년보다 올해 정부 예산이 더 많은 상황에서 예산 집행률도 작년보다 올해 높다는 것은 시중에 돈이 더 많이 풀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 지급은 가계 및 자영업자 소득을 늘려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문가는 보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지원금으로 영향으로 지난 1분기 가계 월 평균 가처분 소득은 1년 전과 비교해 약 35만원 늘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 하나만으로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여러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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