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강제집행면탈죄를 유죄로 인정하려면 채권의 존재 여부가 입증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05년부터 부산 동래구 일원에 있는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장으로 근무하며 아파트 1470세대의 재개발 공사를 시행했다.
사업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주식회사는 2013년 조합에 추가 공사비 61억원을 요구했지만 조합은 응하지 않았다.
이에 시공사는 2014년 6월 조합을 상대로 추가공사비 지급 청구소송 및 조합의 은행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했고, 같은 달 26일쯤 소장이 조합에 송달됐다.
A씨는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 은행에 입금된 조합 자금 34억여원을 전액 현금으로 인출해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예금을 인출해 소비하기 쉽게 현금화 한 행위는 재산의 소재 및 소유 관계를 불명확하게 하는 행위로 강제집행면탈죄를 구성한다"며 "피고인이 소장을 송달받은 후 조합 자금을 인출한 행위는 시공사의 손해 여부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강제집행면탈죄에서 말하는 은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강제집행면탈죄는 채권자의 권리 보호를 주된 보호 법익으로 하는 죄로 채권의 존재는 강제집행면탈죄의 성립 요건"이라며 "이를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채권이 존재하는지 심리,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시공사의 조합에 대한 추가 공사비 채권의 존재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공사가 제기한 민사 소송의 항소심 법원은 시행사와 조합 간 추가 공사 대금 지급에 관한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추가 공사에 관한 약정이 있더라도 조합의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하는 등 시공사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 추가 공사로 조합이 얻은 이익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과 입증이 없어 부당이득반환 의무도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취소했다"며 "이러한 사실 관계에 비추어 보면 시공사의 이 사건 조합에 대한 추가 공사비 채권의 존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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