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일본 최장기 총리를 지냈고 보수·우익 세력의 구심점이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망은 한일, 미일, 또는 한미일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한일 관계 정상화'라는 난제를 떠안고 있는 한국과 일본 정부는 아베 사망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2번에 걸쳐 8년 9개월간 집권하는 동안 일본의 보수·우경화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특히 일본의 군대 보유 및 교전을 금지한 헌법9조(평화헌법) 개헌을 필생의 과업이라고 밝히며 이를 위해 전력 투구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베 전 총리 집권 시절 한일관계는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는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배에 대해 더 이상의 사죄와 반성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총리 재직 중이던 지난 2013년 12월엔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 국내외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아베 전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강제 동원된 증거가 없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직접 사과는 거부한 채 이 문제는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총리 퇴임이후에도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를 이끌며 일본 정치의 '상왕' 노릇을 해왔다. 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나,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의 인선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따라서 스가 전 총리는 물론,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된 기시다 총리도 아베 전총리의 업적 계승을 외치며 그의 그림자를 감히 넘을 수는 없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물론 이미 보수파가 확고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과 일본 정가의 상황을 감안하면 아베 전 총리 사망이후에도 기존의 보수·우익 성향의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일 관계 개선과 정상화와 관련, 기시다 총리와 내각의 운신의 폭은 다소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한일 및 한미일 동맹 복원에 강력하고 의지를 보이고 있고, 조 바이든 미국 정부도 이를 적극 지지하고 독려하고 있다.
향후 한국과 일본 정부가 의지를 갖고 관계 정상화 추진에 나선다면 새로운 접점과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는 구도와 분위기는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10일 예정대로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에서 보수세력이 더욱 결집, 자민당이 압승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헌발의까지 나선다면 동북아 정세에 또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일 관계는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한 동맹을 더욱 진화해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시절인 지난 2016년부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강조했다. 일본의 재무장을 위한 노림수란 성격도 강했다.
이는 때마침 중국에 대한 견제와 포위 필요성이 대두된 미국의 이해 관계와도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현재 미국의 최우선 대외 정책 기조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베 전 총리 사망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그를 미일 양국의 동맹과 우정을 위한 옹호자였다고 치켜세우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대한 그의 비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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