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 코로나19 관련 대출만기 연장에 종료 가능성을 내비친 가운데,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경기침체) 우려에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2금융권이나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5월말 기준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잔액은 65조1373만원에 달한다. 원리금·이자유예 잔액은 각각 2조8628억4600만원, 3821억원이다.
5대 시중은행들의 대출만기 연장 규모만 합산했을 때 수 십 조원의 만기연장이 실행된 가운데, 전날 금융위원장은 취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소상공인 만기연장 예외 지속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는 9월 2년 동안 시행됐던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원리금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된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을 연장하는 것이 차주들에게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은행권 안팎에서는 대출만기·원리금·이자유예 연장조치가 서민 경제 파탄을 막기 위한 임기응변식 대처에 불과한데다,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를 갚지 못할 정도면 사실상 사업이 많이 망가진 경우일 것"이라며 "다만 빚을 갚을 여유가 있어도 사업자금을 먼저 융통하기 위해 원리금·이자유예를 신청한 차주도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 종료에 따른 부실화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그동안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쌓은 대손준비금(18조1000억원)과 대손충당금(19조5000억원)은 작년 말 기준으로 총 37조6000억원 규모다. 시중은행들은 올해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대손준비금을 더 쌓고 있다.
또 정부의 대출만기 연장 정책과 별개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1년 단위로 기업 대출만기 연장을 해주고 있어 만기 연장 종료에 따른 기업 부실 우려가 당장 현실화하진 않을 것으로 봤다.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은행들이 대출 문턱과 함께 만기 연장 허들도 높이면서 결국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2금융이나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 은행의 전체 대출 태도 지수는 6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19)에 비해 13p 낮아진 수치다.
은행들의 기업대출태도는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증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관측, 여신 건전성 관리 필요성 등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국내은행들이 예상한 신용위험지수는 38로 전 분기 26에서 12p 높아졌다. 이 중 중소기업 신용위험지수는 31로 전 분기(25) 보다 6p 높아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가능성에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만기연장 허들을 높일 가능성 높다"며 "이 경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1금융권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이나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