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생명보험사들이 금리 인상에 따라 일제히 공시이율을 올려 보험금 적립액을 높였다. 반면 보험료 인하 효과가 있는 예정이율 조정에는 신중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에 나서는 등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예정이율 조정을 통한 보험료 인하 압력은 커질 전망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생보사들은 이달 들어 공시이율을 인상했다. 공시이율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제외하고 남은 적립보험금에 적용되는 금리다. 공시이율이 올라가면 가입자가 받는 만기 환급금이 커진다.
우선 삼성생명은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의 공시이율을 2.00%에서 2.25%로 올렸다. 보장성보험 공시이율을 조정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연금보험도 2.60%에서 2.70%로 인상했다.
주요 생보사 [CI=각 사] 최유리 기자 = 2022.07.13 yrchoi@newspim.com |
한화생명은 연금보험 공시이율은 0.12%포인트(p) 올려 2.72%로 잡았다. 교보생명도 연금보험과 저축보험을 0.05%p씩 올려 각각 2.65%, 2.70%로 정했다.
공시이율 인상은 시중금리 상승세에 따른 것이다. 국고채, 회사채 등 지표 금리에 운용자산이익율을 반영하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이 영향을 미친다. 시중은행의 수신금리 인상으로 저축성보험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차원이기도 하다.
반면 예정이율은 제자리걸음이다.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주요 보험사의 예정이율은 지난해 3월 이후 연 2.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이 지난 4월 상품 개정에 맞춰 예정이율을 올린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예정이율은 보험료를 운용해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로 보험료와 직결된다. 금리가 올라가면 자산 운용 요건이 나아지기 때문에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통상 예정이율을 0.25%p 올리면 보험료가 5~10% 가량 낮아진다.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료 수입이 줄어든다. 여기에 생보사들은 상품 만기가 길고 내년부터 자본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져 예정이율 조정을 망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입기간이 20~30년인 상품 특성상 예정이율을 한 번 올리면 추후 금리가 하락해도 약속한 금리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보사들은 과거 연 6% 이상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보험을 팔았다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손해가 커졌다.
다만 금리 상승에 속도가 붙으면서 예정이율 조정 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예정이율이 요지부동인 사이 기준금리는 0.5%에서 2.25%로 점프했다.
금융당국도 주시하고 있다. 보험료율에 직접 관여할 수 없지만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생보사들에 예정이율 등 보험료 산출체계 적정성에 대한 자체 점검을 지시하는 등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 등 생보사 상품은 보장 기간이 길다 보니 시장 변화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없다"며 "단기 금리 변동성은 공시이율에 반영하고 예정이율은 기준금리 인상 외에 여러 요소를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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