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유럽으로 수출하는 천연가스 물량 일부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불가항력 선언은 기업 간 무역 거래 등에서 전쟁이나 천재지변과 같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계약자가 계약 이행 의무를 면할 수 있는 조치다. 따라서 이를 발동했다는 건 러시아 측이 가스 공급을 보장할 수 없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스프롬이 해당 조치를 '면피'로 사용해 이번 주 유럽 국가들에 대한 가스 공급을 추가로 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유럽의 에너지 대란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 가스프롬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보도에 따르면 가스프롬은 유럽 고객사 최소 3곳에 지난 14일 서한을 보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러시아산 가스 최대 수입업체인 독일 유니퍼 SE, 독일 에너지 기업인 알베에그룹(RWE AG) 등이 이 같은 서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프롬은 서한에서 특별한 상황 때문에 가스 공급 의무 이행이 불가하다며, 이 조치는 지난달 14일부터 소급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독일 유니퍼 SE는 해당 서한을 받았으나 "정당하지 않은 주장이라 공식적으로 거부했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불가항력 선언'에 노르트스트림-1 재개 여부 둘러싸고 우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서한이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한 공급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이같은 내용을 전하며 유럽 정부들은 가스프롬이 21일 점검이 마무리 될 예정인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 수 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가스프롬은 정기 점검을 이유로 지난 11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까지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잠정 폐쇄했다.
정기 점검에 앞서 6월에는 지멘스에너지에 수리를 맡긴 가스관 터빈이 대러 재재로 반환되지 않고 있어 정상적인 가동이 어렵다며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 역량을 40%로 줄인 바 있다.
이 가스관 터빈은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지멘스에너지에 수리를 맡긴 것이지만 캐나다 정부의 대러 제재에 발이 묶여 가스프롬에 다시 전달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가스 공급 중단으로 독일 경제가 받을 여파를 이유로 지난 9일 터빈에 대한 제재를 풀어 가스프롬 측에 반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은 러시아 측이 이번 불가항력을 이유로 이번 주 예정된 노르트스트림-1 운영을 재개하지 않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이번 조처를 핑계로 노르트스트림-1 점검이 마무리된 후에도 가스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러시아 석유회사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러스에너지'의 미하일 크루티힌 파트너는 WSJ에 "러시아는 가스프롬이 불가항력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며 유럽연합(EU)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가스프롬이 정기 점검 후에는 예정대로 가스 공급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오스트리아 에너지 기업 OMV는 가스프롬과 소통한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기는 거절했으나, 정기 점검이 예정대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며 가스 공급도 그에 맞춰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가 가스 공습 전면 중단에 나설 경우 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1.5%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