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교육부가 2027년까지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을 5700명 가량 늘리겠다고 예고하면서 대학입시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상위권 대학 반도체계약학과 운영을 주도해 왔지만, 설치 기준 자체가 완화되면서 이를 운영하는 대학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도입 이후에도 계열간 칸막이가 여전한 가운데 '문과' 계열의 수험생이 또 입시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07.19 yooksa@newspim.com |
21일 입시업계와 대학가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는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가 채용을 조건으로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비수도권에서 포항공대와 한국과학기술원이 2023학년부터 계약학과를 운영한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채용을 조건으로 기업과 대학이 각각 비용을 부담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주로 상위권 대학에 개설된 경우가 많은 만큼 반도체 관련 학과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선발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카이스트, 연세대는 학종으로만 선발한다.
이들 대학 모두 삼성전자, SK와 협약을 맺고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졸업 후에는 각각 입사가 보장되며, 학비 전액 및 학비 보조금을 포함해 국내외 연수 지원,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 지원 등 혜택이 부여된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인재양성 계획에 따라 관련 학과 입학정원은 향후 5700명이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학제별로 학부는 2000명, 직업계고는 1600명, 대학원 1102명, 전문대 1000명이다.
교육부가 발표에 앞서 실시한 사전조사에서 수도권 대학 14곳이 학부 정원 1266명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과 무관하게 늘릴 수 있는 정원이 8000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 대학 정원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입시지형의 변화도 예상된다.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확대에 적극적인 서울 등 수도권 대학들로 인해 대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입시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수험생들의 이과 쏠림 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수능에서 높은 수학 점수를 받은 수험생들이 문과계열 학과에 교차로 지원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대학별 교차지원 비율은 서강대(72.73%), 한양대(71.21%), 연세대(61.98%) 등이 절반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22학년도부터 통합형으로 수능이 치러지고 있지만, 문이과 구분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계약학과가 확대될 경우 문과 수험생은 더 불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종로학원의 임성호 대표는 "수험생들의 이과 쏠림 현상이 현재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대학에서도 문이과 간의 불균형도 커질 수 있어 문과계열에서 신입생 모집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번 정부 정책으로 현재 반도체학과가 설치된 수도권 대학이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정원이 늘면서 (반도체) 관련학과의 성적은 떨어지겠지만, 전체적인 입시 지형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 수능 이후 문과를 선택한 학부모의 혼란이 적지 않다"며 "취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반도체 계약학과가 확대되면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방의 한 국립대 교수는 "지방에서도 대기업 채용을 조건으로 운영 중인 계약학과의 지원율이 매우 높다"며 "비수도권 대학에도 이 같은 형태의 계약학과가 다수 설치돼야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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