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서울 잠실에 위치한 123층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의 준공까지는 그야말로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안전성 문제를 떠나 가뜩이나 복잡한 잠실일대 교통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가 가장 어려웠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은 잠실 일대 교통난 해소에 5300억원을 과감히 투자했다. 지금 잠실의 교통허브로 자리 잡은 잠실 광역복합환승센터는 롯데가 1170억원을 들여 완공 후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시설이다.
만약 롯데월드타워를 짓는데 수천억원의 국비를 투입할 계획이었다면 아마 지금까지 착공조차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교통유발부담금은 원인자부담이 원칙이다. 123층의 롯데월드타워를 세우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교통대책까지 기업이 책임질 필요가 있다.
롯데는 숙원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를 완공시키기 위해 시민들이 납득할만한 교통대책을 내놨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서영욱 산업부 차장 |
그런데 지금 광주에서는 서울에서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광주시가 복합쇼핑몰을 짓는데 기업이 아닌 정부에 9000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복합쇼핑몰을 '국가 주도형' 사업이라는 것으로 추진하는데, 트램과 도로를 비롯한 연결도로망 구축에 6000억원, 소상공인 보호에 3000억원을 국비로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복합쇼핑몰은 당연히 기업의 이윤을 목적으로 세워지는 시설인데, 거꾸로 정부에 돈을 대 달라고 하니 대통령 공약을 지키겠다고 내려온 여당 지도부마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이 "복합쇼핑몰은 민간 영업시설인 만큼 국가지원이 아닌 민간이 투자해야 한다"고 꼬집었을 정도다.
광주시가 이를 제안한 시점도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6일 돌연 광주시에 복합쇼핑몰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광주시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부지를 개발하는 시행사와 협의해 이 곳에 복합쇼핑몰을 짓겠다는 것이다. 언제 짓는지, 언제 문을 여는지,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어떤 시설이 들어오는지는 온통 미정이었다. 그저 "하겠다"는 선언에 그쳤다.
광주시에 지금까지 복합쇼핑몰이 없었던 이유는 지역 소상공인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골목상권 침해 논리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지역 상인들이 똘똘 뭉쳐 대기업의 복합쇼핑몰 유치를 밀어내 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후, 광주에 복합쇼핑몰 하나쯤은 있어도 되지 않겠냐는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됐다. 유통기업들도 일제히 사업 검토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우후죽순 복합몰이 들어설 수 없었다. 말 그대로 '하나, 많게는 둘'. 여기서 현대백화점이 선수를 치고 나간 것이다.
공교롭게도 현대백화점의 발표 직후 광주시는 국가지원형 복합쇼핑몰을 추진하겠다며 국민의힘과 예산정책협의회에 9000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다. 당연히 오해가 따랐다. 특정 기업의 복합쇼핑몰을 짓는데 왜 기반시설을 정부가 지어줘야 하냐는 것이다. 광주시의 예상 트램 노선도를 보면 현대백화점이 연계해 복합몰을 짓겠다고 한 야구장을 지나간다.
광주시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은 광주시 최초 복합쇼핑몰 유치에 찬물을 끼얹었다. 복합쇼핑몰 유치에 우호적이었던 시민단체도 다시 수세로 돌아섰다. 현대백화점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이전엔 지금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복합쇼핑몰을, 소상공인까지 보호할 수 있는 복합쇼핑몰을 광주에 유치할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자칫 특혜 사업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일보 직전이다. 섣부른 대응은 오히려 화를 키울 수 있다. '광주 출사표'를 던진 후 한 달 가까이 잠잠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교통대책이나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한 방안은 원인자가 해결해야 한다. 지자체를 앞세워 가장 골칫거리인 두 문제를 해결하게 만들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이유는 없다. 현대백화점은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교통개선대책, 지역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상생안을 조만간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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