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역전으로 원화 가치 하락 및 해외로의 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가운데 과거 한·미 금리 역전 시 원/달러 환율이 10% 넘게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를 보면 한국과 미국 금리가 과거 3차례 역전됐는데 2차례는 원화 가치가 10% 넘게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됐다.
한·미 금리가 역전됐을 때는 ▲1999년 6월~2001년 3월(1기) ▲2005년 8월~2007년 9월(2기) ▲2018년 3월~2020년 2월(3기) 등이다. 이 중 1기와 3기 때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
1기 때 원/달러 환율은 10.6% 올랐다. 미국 닷컴 버블 붕괴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과 엔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미국 달러 강세가 이어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3기 때 원화 가치는 10.8% 절하됐다. 미국과 중국 무역 분쟁 및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한국 경상수지 축소 우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자금 환전 수요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자료=한국은행] 2022.08.01 ace@newspim.com |
반면 2기 때는 원/달러 환율이 12.2% 하락했다. 한은은 조선업체 대규모 수주에 따른 선물환 매도 증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 중국 위안화 강세 기조 영향으로 원화 가치가 절상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미 금리가 역전됐어도 해외로의 투자금 유출은커녕 반대로 국내로 투자금이 순유입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1기 때는 168억7000만달러, 2기 때는 304억5000만달러, 3기 때는 403억4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한은은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면서도 "환율은 국내외 경제 여건과 글로벌 투자심리, 시장 수급 여건 등 다양한 요인 영향을 받으므로 정책금리 차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은은 "한·미 금리 역전은 원화 금융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 하락 등을 통해 외국인 국내 증권 투자자금의 유출 압력으로 작용하나 현재로서는 외국인 국내 증권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외국인의 주식 포트폴리오 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된 점과 신용등급 대비 국내 채권 수익률이 양호한 점 등도 자금 유출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국회에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보고했다. 향후 물가와 성장 흐름이 전망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25bp(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다만 "대내외 정책 여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므로 제반 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정책 대응 시기와 폭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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