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사 기준이 깐깐해졌다. 몸값이 높다고 판단되거나 실적이 부진한 기업에 대한 투심이 얼어붙은 가운데, 적절한 시점을 잡으려는 기업들의 IPO 상장 일정도 한없이 지연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분리막 업체 더블유씨피(WCP)는 최근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하고 공모 일정을 한 달 뒤로 미뤘다.
[사진=셔터스톡] |
더블유씨피는 '3조 대어'로 주목 받은 2차전지 분리막 전문기업이다. 공모가 상단인 10만원으로 상장 시 단숨에 코스닥 5위로 올라서는 규모다.
다만 전반적인 공모주 투심이 가라앉은 시기에 '몸값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자 공모 일정을 한 차례 미루기로 했다. 상반기 호실적이 예상되므로, 이를 반영해 제값을 인정받겠다는 각오다.
한 기관투자자는 "고평가 논란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반기 실적을 반영해 상장 예정"이라며 "문제는 피어그룹인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경쟁업체라고 할 만한 SKIET의 주가가 많이 떨어져서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장 철회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태림페이퍼, 원스토어, SK쉴더스 등이 상장 계획을 잠정 철회한 가운데, 현대오일뱅크 지난달 21일 상장 철회를 공식화했다.
여기에 연내 IPO를 추진했던 CJ올리브영도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기업가치를 제제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주주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들은 진퇴양난 상태다. 신규 투자 등을 위해 자금 수혈이 시급하지만 당장 출사표를 던졌다간 가치를 높이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에이프릴바이오와 루닛, 청단글로벌, 공구우먼 등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참패에 가까운 결과를 받아 들고, 공모가 희망밴드보다 낮은 몸값으로 증시에 데뷔해야 했다.
특히 바이오 등 성장주에 대한 투심이 얼어붙으면서 관련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올해 거래소 문턱을 넘은 기업 가운데 알피바이오와 샤페론, 선바이오 등은 지난 4~6월 합격 통지서를 받고도 증권신고서 제출을 미루고 있다.
알피바이오의 경우 지난 4월 14일 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해 시간이 많지 않은 상태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기업은 예비심사 승인 이후 6개월 이내에 상장 절차를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부터 상장까지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2개월 전에는 IPO를 진행할지 취소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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