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조 전환(pivot·피봇)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위험선호 심리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의 경기 침체 여파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향후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시사한 뒤로 미 증시는 지난주 강력한 상승 랠리를 펼쳤다.
하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물가를 잡기 위한 연준의 긴축 움직임이 길어지면서 침체 수위와 기간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 관계자들 역시 매파 본색을 드러내며 섣부른 피봇 판단을 경계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눈을 질끈 감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 'L자형 침체' 경고
2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파이팅을 지속하는 동안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오랜 기간 침체에 머무를 수 있다는 월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크레디트스위스 금리 전략 대표 졸탄 포자르는 최근 고객 노트에서 인플레이션이 최악을 지나 연준도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자르는 오히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침체가 지속되는 'L자 모양'의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교전 지속이나 중국 코로나19 봉쇄로 악화된 공급망 이슈 등이 초래할 충격을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한 이동 제한이나 축소 등으로 노동 시장까지 타이트해지는 등 일련의 구조적 문제들이 인플레이션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포자르는 이처럼 타이트해진 공급 측면에 맞게 총수요를 오랫동안 대폭 억제하려면 연준이 금리를 5~6% 수준까지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미국과 유럽 시장 참가자들이 통화 완화로의 전환 기대감에 침체 리스크를 너무 빠르게 거둬들이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심지어는 경기 침체를 모면하기 위해 내년 중 인하로 돌아설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씨티그룹 역시 침체 가능성은 최대 50%로 높으며, 현재 경제 지표들은 최악의 연준 시나리오를 시사하며 역대 가장 오랜 불황에 놓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엔 블랙록 역시 연준이 비둘기파로 돌아설 것으로 가정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시장 롤러코스터'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 연준 여전히 '매파 본색'
이날 연준 관계자들 역시 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냈다.
연준 내 대표 비둘기파 인사로 꼽히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거의 끝났다는 근처에도 도달하지 않았다"며 "이는 금리 인상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준이 9월 중 기준금리를 50bp(1bp=0.01%p) 올리고 11월과 12월에 각각 25bp씩 올리는 시나리오가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에반스 총재는 "(9월 인상 폭으로) 50bp가 타당하나 75bp도 괜찮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이날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꺾였다는 신호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준이 할 일이 더 남았다"라면서 긴축 지속에 힘을 보탰다.
다만 메스터 총재는 노동시장이 견실하다는 이유로 침체 우려는 일축했다.
kwonjiun@newspim.com